DJ 「잠못이룬 청와대 첫밤」…『무거운 책임 실감』

  • 입력 1998년 2월 26일 19시 2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청와대 첫 밤은 편치 않았다.

26일 새벽6시에 일어난 김대통령은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에게 “자다 깨 오랜 시간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무거운 책임을 진 것을 실감하며 정성을 다해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을 했다. 새정부가 순조롭게 출발하지 못해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스럽다”고 첫 밤을 보낸 소감을 얘기했다.

김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와 있으니 세상을 잘 모르게 되는 것 같다”며 “세종로청사와 과천청사에 집무실이 마련되면 자주 밖으로 나가 국민의 얼굴을 직접 봐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의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도 이날 아침 “대통령이 첫날부터 고민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착잡하다”며 “역시 책임이 무겁다는점을 느낀다”고말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준비중인 3남 홍걸(弘傑)씨 가족과 아침식사를 함께한 김대통령은 오전8시40분경 집무실로 나와 하루내내 15∼20분 간격으로 18차례에 걸쳐 12개국 79명의 외빈을 접견하는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첫 손님은 폰 바이츠제커 전독일대통령. 김대통령은 독일이 단기외채협상을 도와준데 대해 감사하고 앞으로도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나카소네, 다케시타 전일본총리 등 일본고위 정계인사들과도 만나 한일관계를 직접 거론했다. 김대통령은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지난 33년간의 한일관계를 ‘표면적인 친선’으로 규정하고 “실질적인 친선에는 큰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임스 레이니, 도널드 그레그 전주한미국대사 등 미국인사들과 접견한 자리에서는 “정치가 힘들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한국정치에 관심이 많으실 것 같아 잠시 설명을 드리겠다”며 총리인준과 관련한 정국파행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대통령은 총리후보를 지명할 권리가 있고 국회는 그에 대해 찬반투표를 할 권리가 있다”며 “야당이 이렇게 나오리라고는 예기치 못했다”고 밝혔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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