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제의 안팎]DJ,한나라에 「당근」내밀까?

  • 입력 1998년 2월 26일 19시 2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6일 제의한 여야영수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총리인준문제의 해결에 전기(轉機)를 마련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만큼 여권과 한나라당의 입장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영수회담에서 야당총재들에게 ‘김종필(金鍾泌·JP)총리’는 이미 대선에서 국민에게 ‘인준’을 받았다는 논리를 내세워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는 국난을 감안, 적어도 1년간은 야당이 도와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26일에도 ‘총리교체’가 유일한 해결책임을 거듭 주장했다.

이런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영수회담에서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수회담의 성사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대두하면서 희망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이번 회동이 외형상으로는 김대통령의 제의를 야당이 수락하는 모양을 갖췄지만 내부적으로 야당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가 이날 “한나라당에서 요구한 사항이 총무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영수회담을 갖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총무가 “이제 총무선은 떠났다”며 영수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됐으면 하는 심경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야 중진간의 막후접촉과정에서 경색정국 타개방안의 하나로 영수회담개최을 제기했다는 설도 있다.

그 경위야 어떻든 김대통령의 영수회담 개최방침은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에 인준거부라는 초강경입장을 철회할 수 있는 ‘탈출구’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이미 한나라당 스스로 당론을 바꿀 수 있는 때를 놓쳤다는 상황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즉 영수회담이라는 모양새를 갖춰줌으로써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의 운신폭을 넓혀주겠다는 의도다.

특히 초재선의원들의 목소리에 눌려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조순(趙淳)총재 등 당지도부의 처지를 고려한 점도 엿보인다.

또 다른 목적은 영수회담의 개최를 통해 다시 한번 국민에게 ‘JP총리’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우회적으로 한나라당을 압박하겠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총리서리’체제 등 비상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축적의 의미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기대감과 맞물려 정가에서는 이번 회동에서 총재들이 주고받을 대화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돌고 있다.

먼저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1순위로 꼽힌다. 한나라당이 여권의 정계개편시도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정계개편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해진다.

또 야당이 선거관련사범에 대한 보복성 사법처리금지, 지방선거연기, 기초단체장공천 배제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따라서 야당이 총리인준과 다른 요구사항을 연계, 일괄타결을 시도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지만 단순히 대화기피에 대한 비난여론을 모면하려는 생각이라면 영수회담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 같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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