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국민의 정부 ②]여야 「힘의 논리」맞대결 예고

  • 입력 1998년 2월 26일 19시 42분


김대중(金大中)정권이 직면한 가장 큰 정치적 난제는 여소야대(與小野大)구조 속에서 어떻게 정국을 원만히 이끌어갈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건국이후 첫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신기원을 이뤄냈음에도 김대중정부는 출범 당일부터 거야(巨野)의 발목잡기로 ‘새정부 구내각’이 동거하는 기묘하고도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이에 따라 27일의 여야영수회담을 통해 현안인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문제를 풀더라도 여야관계는 상당기간 가파른 대치국면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특히 △4월초 부산서구 등 4개 지역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6월4일 지방선거 등 선거일정이 잡혀 있는데다 올 연말부터 공론화과정을 밟게 될 내각제개헌 등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여야관계가 좋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번 임시국회에서 추경예산안 처리를 하지 못하게 한데 이어 총리 인준과정에서 실력행사를 벌임으로써 현정부에 대한 총공세에 들어갔다.물론 한나라당의 공세에는 3월10일의 전당대회를 겨냥한 당내 주도권 장악이라는 내부 요인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집권여당에서 거대야당으로 전락한 한나라당이 앞으로도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지키기 위해 사사건건 여당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가능성은 높다.

이럴 경우 여권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따른 국난극복은커녕 정국주도권마저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여권이 여소야대 구도를 깨기 위해 인위적 정계개편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정치권에 나돌기 시작했다.

만일 여권이 정계개편의 칼날을 꺼낼 경우 그 전주곡은 ‘제1여당’인 국민회의보다 ‘제2여당’인 자민련에서 울려퍼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구 민자당의 공화계를 주축으로 결성된 자민련이 정서가 통하는 한나라당내 구 민정계 의원을 대상으로 ‘포섭공작’에 나설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미 한나라당내에서는 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당내 원심력이 가속화, 전당대회를 전후해 탈당 의원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여권의 무기인 사정칼날이 서서히 한나라당 소속의원들의 목을 겨냥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 개인휴대통신(PCS) 포철관련 이권 등에 구여권의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풍문이 난무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정치권 사정과 정계개편이 맞물려 진행되면 정치권에는 때이른 지각변동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여야관계는 더욱 경색되고 대화나 타협보다는 ‘힘의 논리’가 정치권을 지배하는 파행상태는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나 정치사정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천명한 만큼 이같은 상황은 아직 ‘가상현실’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여야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갈 정계개편의 시발점은 6월 지방선거에 따른 후보 공천과정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DJP연합군’이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일 경우 한나라당내에 다음 총선을 의식, 거취변화를 꾀하는 의원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이런 관측과는 달리 김윤환(金潤煥)고문 등 한나라당 중진들 중에는 본격적인 정계개편의 시기를 올 연말 정기국회 폐회이후로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앞으로 경제난이 해소되기보다는 가중되고 DJP공동정부가 내각제 개헌논의 등으로 삐걱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원들이 쉽게 거취를 옮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철석같은 연대를 과시하고 있지만 내각제개헌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할 경우 틈새가 생길 수도 있다. 이 틈새를 노려 미래에 대비한다는 것이 거야의 노림수이기도 하다.

정치일정에 따른 이같은 변수 외에 50년만의 정권교체 이후 벌어지고 있는 여야간 혼돈상황이 현재의 경색국면을 초래한 측면도 없지 않다. 여당은 그동안 야당을 설득하기보다는 대국민호소나 대야(對野)압박에만 치중해 왔고 야당 역시 의석수만 믿고 밀어붙이기로 일관, 정국경색을 자초했다. 아무튼 출범부터 여야관계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은 김대중정권이 앞으로 어떻게 소모적인 정쟁을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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