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는 고건(高建)총리 체제의 유지. 이는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직 고총리 등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고 후임 내각도 들어서지 않은 만큼 모른척하고 그냥 눌러앉으면 그만인 셈이다. 그러나 새 대통령이 조각(組閣)조차 하지 못한채 구(舊)정권의 내각과 적당히 ‘동거’를 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상태에서 개정된 정부조직법을 공포하면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등 새로 개편된 7개 부처의 장관을 임명해야 하는 등 문제가 생긴다.
이에 따라 나오는 두번째 방안은 차관 중심체제 운영. 현 내각의 사표를 수리, 총리와 장관 자리를 비워둔 채 우선 차관만 새로 임명해 이들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
그러나 이 경우 국무회의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는 결정적 단점이 있다. 차관이 장관의 직무대행을 할 수는 있지만 엄밀히 말해 국무위원은 아닌 만큼 국무회의의 성원 정족수(국무위원 과반수 이상)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세번째 방안은 김종필총리서리 체제의 가동.
야당이 뭐라 하든 눈 딱감고 김종필총리서리를 임명, 국정운영을 정상화하고 나중에 야당을 설득해 국회에서 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 정식 총리로 취임하는 수순을 밟는다는 구상이다.
자민련은 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내심 이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지금 당장 야당을 설득해 표결을 한다고 해도 통과를 자신할 수 없는 만큼 일단 ‘김종필총리’를 기정사실화한 뒤 추후에 정계개편 등의 방법으로 탈출구를 모색하자는 속셈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법적 시비가 벌어질 게 분명하다. 자민련은 다수야당이 총리 인준 자체를 거부, 국회가 사실상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관례에 따라 총리서리체제가 불가피하다는 논리이지만 야당은 국회가 현재 개회상태인데 동의절차를 생략하면 그 자체가 위헌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히 새로 구성되는 내각도 위헌시비에 휘말리게 된다. 총리서리가 아무런 법적 근거를 갖지 못한다면 그의 제청으로 임명된 각료 역시 위법이라는 논리다.
법제처가 26일 고건총리 주재로 열린 비상장관회의에서 총리서리제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헌법 학자들 역시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있는 상태여서 ‘김종필총리서리 체제’가 출범할 경우 여야간의 위헌공방은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세가지 방안 모두 장단점이 있어 여권으로선 이 중 어느 것도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정부조직법 공포→고총리의 제청으로 내각 구성→고총리 사퇴→김종필총리서리 체제 가동’의 절충안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김종필총리서리 체제’대목에서 위헌공방이 불가피하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