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조순(趙淳)총재는 27일 청와대영수회담에서 총리인준동의안의 표결처리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경색정국의 물꼬를 텄다.
조총재는 전날 중진들과의 회동에서 의견을 모은대로 본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국정공백의 책임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자 영수회담을 당론변경의 명분으로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영수회담자리를 마련한 김대통령의 당초의도는 일단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한나라당도 그 반대급부로 몇가지 소득을 얻었다. 우선 “인위적 정계개편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김대통령의 약속은 한나라당으로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야당흔들기’에 의한 ‘거야(巨野)’의 붕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분이 생기지 않을까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의 약속을 결속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또 월례 영수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한 것도 야당으로서는 대여(對與)대화창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소득이다.
조총재는 이와 함께 내각제개헌을 무산시키려는 시도도 했지만 내각제개헌추진합의는 현정권을 탄생시킨 모태(母胎)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관철의지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쨌든 현정권 출범후 첫 영수회담이 정국정상화의 실마리를 찾는데 기여함으로써 앞으로 영수회담은 여야대화의 최고위급 채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날 회담결과가 곧바로 정국정상화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정국정상화의 여부는 전적으로 내달 2일의 본회의에서 ‘김종필(金鍾泌)총리인준안’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로서는 인준안이 쉽사리 가결될 것같지 않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나라당은 당의 명운(命運)을 걸고 동의안을 부결시킨다는 방침이어서 집단기권 등 ‘적법하면서도 확실한 수단’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인준안이 가결되면 책임공방으로 인해 당이 분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한나라당이 표결에만 응하면 인준안이 가결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지만 낙관은 하지 못하고 있다. 만의 하나 인준안이 부결된다면 여권으로서는 중대한 시련을 맞게 된다. 국무총리지명자를 교체한다는 차원을 넘어 ‘공동정권’의 기반이 붕괴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