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가 자신의 총리인준 문제에 대한 ‘긴 침묵’을 깨고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다”고 철저한 함구로 일관해온 그의 태도에 비춰볼 때 ‘총리인준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 발언에는 ‘나도 결과에 승복할테니 한나라당도 정정당당하게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을 채택하라’는 한나라당에 대한 촉구성 메시지가 담겨 있다.‘민주적 비밀투표에 의한 표결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전제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무기명 비밀투표만 하면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 또한 배어있다는 관측이다. “JP는 어느 때보다도 표정이 밝고 자신감에 차 있다”는 한 측근의 전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같은 ‘투표전략’ 차원의 해석에도 불구하고 자민련 당직자들은 2일 표결결과를 누구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낙관도 비관도 어려운 불안한 형국’이라는 점을 JP도 모를 리 없다.
따라서 JP로서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상황, 즉 총리인준이 부결될 가능성에 대해 나름대로 마음의 정리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고위당직자는 “정치판에서는 극히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얘기도 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며 “JP처럼 온갖 풍상을 겪은 정치인에겐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어쨌든 JP 발언은 ‘더이상 국정공백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한나라당을 외곽에서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자민련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