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투표에서 동의안이 부결되거나 한나라당측이 끝내 백지투표나 기권 등의 방법으로 투표를 사실상 거부했을 경우 여권은 여소야대 상황의 한계를 절감하며 정계개편을 서두를 것이다.
반면 총리임명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한나라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상태로 접어들면서 지도부 인책론 등 내홍에 휩싸이며 분열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한나라당이 현재 천명하고 있는 대로 백지투표나 명패만 넣고 투표용지는 투표함에 넣지 않는 방식을 강행할 경우 본회의가 유회된채 회기가 끝나게 된다.
이 경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김종필총리서리 체제를 출범시킬 가능성이 높고 즉각 조각발표를 할 수밖에 없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는 “2일 본회의에서 투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하루로 한정된 회기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며 최악의 경우 서리체제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 경우 여권은 ‘서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정계개편을 서두를 것이다. 그 결과는 정국 급랭과 여야의 극한 대치상태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그렇다해도 ‘김총리서리’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역시 내부적으로는 단결이 공고화되겠지만 표결 거부에 대한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비밀투표로 김총리지명자의 임명동의안이 가결된다면 한나라당의 내분이 격화되고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당지도부에 대한 인책론이 불거질 것은 필연적이다. 특히 비밀투표 반대론자인 강경파와 비밀투표 참여를 주장한 온건파 사이에 정면대결이 벌어지면서 일부의 이탈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면 여권은 명실상부한 ‘DJP연대’의 틀을 갖추고 더욱 공고한 협력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물론 김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조각 발표도 동의안 가결 직후 이뤄질 전망이다.
비밀투표를 통해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는 상황은 여권의 ‘가상 시나리오’ 중 최악의 상황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대의 강도도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김대통령이 김총리지명자를 재지명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국회에서 부결된 인사를 대통령이 재지명하는 것은 명분에서 밀린다.
결국 김대통령은 자민련내 다른 인사를 총리로 지명, 임시국회를 재소집한 후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조각도 새 총리지명자의 국회 동의가 끝난 후로 연기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김대통령의 국정운영 프로그램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