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인준동의안이 상정된 2일오후 국회 본회의장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총리 인준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짓고 국정공백 상황이 해소되기를 기대하는 국민은 이날 낮 TV로 중계된 국회모습을 지켜보고 다시 한번 큰 실망감을 느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한나라당 등 여야의원들은 오후 3시45분경 투표가 시작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여당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기표소에 들어간 시늉만 내고 기표를 안한 채 나오는, 사실상의 백지투표를 하고 있다”며 투표를 실력 저지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는 기표소에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의원, 기표소의 문을 반쯤 열어놓은 채 기표하는 의원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결국 기표소 앞에 버텨 ‘감시’하고 있던 여당의원과 드잡이를 벌였다.
자민련 이원범(李元範)의원은 국회 단상을 점거, “이런 게 무슨 투표냐”고 고함을 질렀고, 같은 당 이인구(李麟求)의원은 아예 투표함위에 올라타 투표를 막았다.
장내가 소란해지자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은 4시경 ‘투표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원들은 “적법하게 이루어진 투표를 왜 못하게 하느냐”며 의장석으로 몰려나와 격렬히 항의했다.
잠시 뒤 투표가 속개됐으나 여당의원들은 투표할 의원을 호명하는 국회의사국장을 밀어내고 투표지 배부처를 점거하는 등 실력 저지에 나서 투표가 세차례나 중단됐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국정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의원을 자극이라도 하듯 기표소에 1,2초만 들렀다 나오는 한나라당의원이나 단상과 투표함을 점거하는 여당의 한심스러운 구태는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국민앞에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운 작태”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회가 의원들의 투표행위를 둘러싼 적법 불법 공방으로 파행으로 치닫고 욕설 고함과 드잡이가 예사롭게 나타나는 등 추태를 보이자 많은 시민들이 언론사 등에 전화로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