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시민반응]비전문가 『수두룩』…교육장관 『엉뚱』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꼭 총리서리체제여야 하나.’

총리임명동의안이 여야 격돌로 처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3일 김종필(金鍾泌) 총리서리체제를 출범한데 대해 시민들은 불안과 우려를 나타냈다.

각계 인사들은 여야 정치권의 힘겨루기를 함께 비난하면서도 총리서리체제에 대해서는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그리고 심각한 경제현실을 감안해 정쟁(政爭)보다는 정국안정에 힘을 모으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또 시민과 사회단체들은 이날 조각발표에 대해 상당수 장관의 전문성과 참신성 부족을 지적하면서도 하루빨리 국가 난국을 해결하는데 앞장서줄 것을 주문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장동진(張東震)교수는 “여야가 국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빨리 안정된 위기관리체제를 갖춰주기 바라는 국민의 뜻을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정부는 어떤 형태로든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며 만약 야당의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 총리를 바꾸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력을 모아야 할 때에 파국을 초래하면서까지 개혁에 적합하지 않은 인사에게 총리직을 맡기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위헌 소지가 있는 서리체제의 출범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서강대 법학과 왕상한(王相漢)교수는 총리서리체제에 대해 “새로운 정치의 틀에 대한 국민의 여망을 저버린 불행하고도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면서도 “여야 모두 잘못이 있지만 우선 국정의 안정을 되찾는 일이 급하다”고 말했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33)정책부장은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간 야당이나 협상보다는 강행을 택한 여당 모두 작금의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어쨌든 총리서리가 결정된 만큼 김총리서리는 ‘시험무대’에 올랐다는 각오로 새정부의 개혁추진에 솔선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경실련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은 새정부 첫 내각인선과 관련,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새정부는 민주발전과 국가위기 극복을 위해 개혁지향적 인사를 중용해야 하는데도 보수적이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를 일부 기용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재정경제부장관의 경우 과거 관치금융 시대에서만 일한 경력이 있어 개혁성이 부족해 보이며 과학기술부와 환경부도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5공 군사정권에 협력했던 인물이 선정됐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 “여성 장관을 30% 임명하고 젊은층을 과감히 등용한다는 공약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인사청문회의 법제화를 주장했다.

서울대 정치학과 김홍우(金弘宇)교수는 “전체적으로 새롭다기보다 다소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달리 ‘깜짝쇼’는 없고 비교적 신중하게 선택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교육계 인사들은 특히 교육전문가가 아닌 정치인 이해찬(李海瓚)의원이 교육부장관에 기용된데 대해 의아해하면서 “이 중차대한 시기에 개성만 강하고 청와대와의 정책 조율도 매끄럽지 못할 비전문가를 기용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고려대 행정학과 함성득(咸成得)교수도 “입각된 인사의 면면을 볼 때 대통령이 자민련과의 공조를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이지만 오히려 내각보다는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는 김성훈(金成勳)중앙대교수가 농림부장관에 임명되자 “농업발전과 개혁, 농민권익 향상에 대한 새정부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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