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5개 부의 장관을 테크노크라트들로 임명, 구색을 맞췄지만 이 과정에서도 재정경제부장관을 제외한 통일 농림 정보통신 노동부장관 등 4명은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당이 공동추천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의 설명을 뒤집어보면 13명의 장관을 양당이 7대6으로 철저히 안배했다는 말이 된다. 이런 분배과정을 감안하면 앞으로 김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는 국정 운영과정에서도 ‘분업’에 의한 실질적 협력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인사의 또다른 특징은 김대통령의 강력한 친정(親政)체제 구축이다. 통치권을 뒷받침하는 부는 모두 국민회의쪽이 맡았으며 그것도 대부분 정치인들을 기용했기 때문이다.
당초 청와대에는 ‘소여(小與)’의 한계를 의식, 의원 입각을 최소화하고 ‘실무형 내각’을 구성하려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정치형 내각’으로 반전한 것은 2일 김종필총리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쓰라린 경험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이번 조각을 통해 나타난 김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는 ‘정국 정면돌파’ 의지로 보인다.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정치적 현실 속에 김대통령의 위기관리의식이 발동한 셈이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이 “지금은 무엇보다 책임정치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런 청와대의 조각 배경 설명과는 별도로 구체적 인선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물론 공동정권의 태생적 한계에서 기인했지만 김대통령이 인선기준으로 내세운 도덕성 개혁성 전문성 등은 조각과정에서 상당부분 훼손됐다는 것이 대체적 평이다.
이와 함께 이해찬(李海瓚)교육부장관과 최재욱(崔在旭)환경부장관은 국회상임위 활동경력 등으로 볼 때 적절한 자리배치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의원은 환경부, 최전의원은 문화관광부가 제격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인 전면배치의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타성에 젖은 관료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개혁의 추진력을 증강시킬 수 있고 정부조직 통폐합 이후 나타나고 있는 구성원들의 집단이기주의를 보다 쉽게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 그것이다.
아무튼 이번 조각은 5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신여권의 인재난을 결과적으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각료 인선에서 지역별 안배는 영남 5, 호남 5, 충청 4명 등으로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그러나 장관 평균연령이 58.3세인데다 60대가 6명이나 돼 ‘개혁의 패기’가 느껴지지 않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