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각제이던 제2공화국, 총리에 대한 국회 동의제도가 없었던 제3공화국, 또 총리서리 임명을 자제했던 김영삼(金泳三)정부 시절에는 총리서리가 없었다.
그 시기를 제외하고 역대 총리는 거의 대부분 ‘서리’라는 꼬리를 달고 있다가 총리가 됐다.
지금까지 30명의 역대 총리 가운데 서리를 거친 사람은 모두 12명. 백두진(白斗鎭·4대) 최규하(崔圭夏·12대) 남덕우(南悳祐·14대) 유창순(劉彰順·15대) 김상협(金相浹·16대) 진의종(陳懿鍾·17대) 노신영(盧信永·18대) 김정렬(金貞烈·19대) 이현재(李賢宰·20대) 강영훈(姜英勳·21대) 노재봉(盧在鳳·22대) 정원식(鄭元植·23대)전총리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서리에서 국회의 동의를 받기까지는 대개 20여일이 걸렸지만 진의종전총리는 이틀만에 국회 동의를 받았고 김상협 노신영 정원식전총리 등은 2∼3개월이나 걸렸다.
김상협전총리는 당시 이규광(李圭光)씨 공판 등 사회문제로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한 여당이 국회소집을 반대해서, 노신영전총리는 야당에서 김대중(金大中)씨 사면복권을 요구하며 등원을 거부하는 바람에, 정원식전총리는 야당의 임명철회 요구로 ‘서리체제’가 길었다.
또한 신성모(申性模·50년) 허정(許政·51년) 이윤영(李允榮·52년) 박충훈(朴忠勳·80년) 이한기(李漢基·87년)씨는 총리서리만 하다 물러났고, 백한성(白漢成·54년)씨도 임시서리로 있다 퇴장했다. 이들을 총리로 봐야 할지는 아직도 논란이다.
이번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는 언제 ‘서리’를 뗄 수 있을까. 김총리서리는 3일 “국회가 어떻게 해줘야지…”라며 야당측에 달렸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당장 한나라당의 태도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