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署理정국/야당 공세]힘실린 지도부『싸움은 지금부터』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파동은 대선 패배 이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던 한나라당의 현 지도부가 힘을 되찾는 계기로 작용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3·10전당대회’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래 3·10전당대회는 대선 전에 이뤄진 ‘이회창(李會昌)―조순(趙淳)연대’, 즉 구(舊) 신한국당과 구 민주당의 합당절차를 마무리짓기 위해 소집이 예정된 전당대회였다.

그러나 대선 패배 이후 조순총재―이한동(李漢東)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지도부의 내부 장악력이 현저히 약화되면서 구 당권파인 이회창명예총재 및 김윤환(金潤煥)고문 진영과 초선의원 그룹 일부에서는 ‘3월 전당대회 경선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총재에게 2년간 당권을 보장한다는 합당 약속을 지키면서 당의 중진실세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복수부총재 경선론’이 주류를 이뤘으나 거야(巨野)의 무력함이 계속 노정되면서 흐름은 ‘총재 경선론’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이명예총재가 당총재로 조기 복귀해 거야의 정국주도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급부상하는 분위기였다. 이명예총재가 미국 버클리대 방문을 위해 출국한 지난달 22일 김포공항 환송식장에 황낙주(黃珞周) 김종하(金鍾河) 양정규(梁正圭) 김태호(金泰鎬)의원 등 30여명의 원내외 위원장이 대거 참석한 것은 ‘이회창 조기복귀론’의 세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러나 JP총리 임명동의안 파동은 한나라당의 이같은 내부상황에 새로운 기류를 던졌다.

일부 초선의원 그룹이 주도하긴 했지만 당지도부는 ‘JP총리 인준반대’라는 당론을 통해 여권과의 ‘전선(戰線)’을 계속 만들어 나갔다.

이런 당지도부의 결전의지는 극도로 이완돼 있던 한나라당의 결속력을 어느 정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고 급기야는 여권이 김종필총리서리체제를 출범시키면서 한나라당은 거야의 위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쪽으로 당력을 모아가고 있다.

현재의 당지도부가 2일 JP총리 인준 파동을 계기로 총리서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은 물론 JP의 ‘동화은행 1백억원대 비자금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권발동,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등을 대여(對與)공세카드로 준비중인 배경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이다.

김영일(金榮一)사무부총장이 3일 당직자 오찬간담회에서 “광역의원을 포함해 단체장 원외위원장들이 현 시국에 임하는 우리당의 자세와 노선을 공유할 수 있도록 가능하면 이번 주말 이전에 결속을 다지는 연수기회를 갖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뿐만 아니라 현 지도부는 최근 조성된 결속분위기를 4월 초로 예정된 재 보궐선거에까지 연결시키기 위해 3·10전당대회를 한달 가량 늦추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경선론을 주장해온 김윤환고문도 이에 대해 아직 반론이 없는 상태이며 이명예총재쪽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3·10전당대회가 4월 전당대회로 미뤄진다 해도 지도체제를 바꾸는 경선대회가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전망이다.

또 약식인 전국위원회로 대체하고 넘어가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김종필총리서리체제 출범이라는 여권의 강공(强攻)은 당내분으로 서서히 죽어가던 한나라당에 오히려 활력소를 던져준 결과를 가져다 줬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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