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김병관회장 만찬스케치]민의전달…경청…3시간20분

  • 입력 1998년 3월 7일 07시 3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6일 동아일보 김병관(金炳琯)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취임 후 거듭 강조한 대로 ‘귀를 활짝 열고’ 민의를 수렴하기 위한 것이었다. 언론사 발행인으로는 김회장이 첫 초청자였다.

김대통령은 이날 주로 듣는 편이었다. 주요현안에 대해서는 “이렇게 하면 어떻겠느냐”며 김회장의 의견을 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만찬이 3시간20분 동안이나 계속된 것도 김대통령이 언론에 투영된 시중의 여론을 더많이 듣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김회장이 “심각한 경제위기로 나라전체가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치권이 파행을 거듭해 국민이 더욱 불안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김대통령은 “같은 생각”이라며 “국민 보기가 민망할 지경”이라고 동조했다.

김대통령의 정국해법은 분명했다. 하루 속히 대화로 정국을 풀어야 하며 적법절차에 따라 총리임명동의안에 대해 재투표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복잡한 집안사정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김대통령은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가 사과를 한 뒤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지만 야당이 사과만 받고 재투표를 거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대통령이 “의원총회에서 확실하게 전권을 위임받은 한나라당의 대표와 대화했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김총리서리에 대해 “나를 많이 도와주려 하고 있고 큰 욕심도 없다”며 신뢰를 표시했다. ‘김종필총리’는 대선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인준받았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는 듯했다.

김대통령은 국민회의가 김종필총리 임명동의안의 국회통과를 위해 열심히 뛰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대통령은 “박상천(朴相千)당시총무같은 경우는 50여명의 야당의원에게 전화를 거는 등 당소속의 많은 의원들이 야당의원을 설득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야당에 대해서는 “야당을 강압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는 “표적수사나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차례나 “야당도 나라사정을 감안, 한 1년간은 도와줘야 하는데…”라며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만찬에서는 김대통령의 야당시절 얘기부터 대선과정에서의 얘기 등 다양한 대화가 오갔다. 그러나 모든 대화의 초점은 어려운 나라형편과 경제살리기로 모아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격무에 시달려온 김대통령이 모처럼 부담없는 분위기 속에서 만찬을 한 것 같다”며 “이처럼 장시간 대화를 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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