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밀리면 주도권 뺏긴다』…양보없는 대치 계속

  • 입력 1998년 3월 8일 19시 42분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서 시작된 여야 경색정국은 여권의 JP총리서리체제 강행과 이른바 ‘북풍(北風)공작’ 수사파문이 맞물리면서 좀처럼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거야(巨野)’의 와해를 겨냥한 듯한 ‘정계개편론’까지 오르내리고 있어 정국의 시계(視界)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 총리인준안 표결 ▼

2일 국회본회의에서 총리임명동의안 표결이 무산된 뒤 한나라당은 투표계속 및 개표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재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재투표론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많이 다르다. 국민회의는 말 그대로 재투표지만 자민련은 ‘3·2 표결’은 무효화하고 그냥 지금처럼 JP서리체제를 끌고가자는 것이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야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JP서리체제를 ‘헌정파괴’로 단정, ‘헌정수호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금명간 헌법재판소에 총리서리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한나라당지도부가 중진협의회를 통해 김윤환(金潤煥) 이기택(李基澤)고문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당내 ‘실세 중진’들도 경색정국의 책임을 ‘공유’토록 하고 헌정수호비대위를 통해 지도부와 초재선의원그룹의 의사소통경로를 마련해놓고 있어 여권의 태도변화에 따라서는 의외의 통로가 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 북풍수사 ▼

JP총리서리체제 위헌공방이 달아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진 ‘북풍수사’ 파문은 경색정국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 당장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정재문(鄭在文)의원 조사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북풍공작’은 지난 대선 당시의 △오익제(吳益濟)씨 월북사건 및 오씨와 김병식 김장수의 편지사건 △한나라당 정재문의원과 북한 안병수(安炳洙)조평통위원장대리의 접촉사건 등.

여권은 과거 국가안보를 정치공작의 도구로 이용해온 정치풍토를 종식시키는 차원에서 성역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한나라당을 몰아붙였다.

이종찬안기부장까지 이에 가세하자 한나라당은 발끈했다.

한나라당은 ‘김대중(金大中)정부 정치보복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을 결정, ‘헌정수호 비대위’가 구체안을 마련하는 대로 빠르면 11일경 국조권을 발동하겠다고 역공을 취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나라당 내에 북풍공작과 관련된 인물은 단 한 사람도 없다”며 검찰이 ‘편파수사’를 시도할 경우 검찰수사까지 국정조사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민회의도 8일 ‘북풍 국정조사’를 전격 수용키로 해 ‘북풍’이 어디로 불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 정계개편 ▼

여권의 ‘인위적 정계개편’ 여부도 경색정국의 ‘언더그라운드 쟁점’이다.

김대통령이 취임 직후 한나라당 조순(趙淳)총재와의 영수회담에서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한나라당은 여권의 북풍수사드라이브를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이한동(李漢東)대표는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위한 여론몰이”라며 “비상한 각오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고 경계령을 내렸다.

특히 안기부장과 법무부장관에 김대통령 직계인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 박상천(朴相千)의원을 임명한 것은 정계개편을 위한 포석이라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아무튼 여권이 정계개편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에 따라 경색정국의 향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창혁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