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흔들림없이 밀고 나가야』…金대통령 첫 각의주재

  • 입력 1998년 3월 10일 19시 4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0일 “개혁의 진도가 늦고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국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관망하는 외국인이 있다”며 “특히 정치불안정이 대외신인도 회복의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정치가 경색되더라도 행정부는 흔들리지 말고 개혁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은 “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해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시기와 폭에 대한 목표를 정해 강력히 밀고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이기호(李起浩)노동부장관은 “실업기금 신청이 1월에는 매일 1천건 정도였으나 3월 들어 1천8백건으로 증가하는 등 요즘은 매일 1만명씩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3월중 실업자수는 1백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고했다.

강인덕(康仁德)통일부장관은 “북한의 식량난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고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같다”며 “북한이 (식량보다) 비료를 먼저 달라고 하는데 비료를 주려면 4월 파종기에 맞춰 빨리 줘야 한다”고 보고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국사(國事)를 다른 장소나 청와대비서관 또는 대통령측근이 좌지우지하는 경우는 다시 없어야 한다”며 “국무회의가 명실상부한 국사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국무회의관’을 피력했다.

김대통령은 또 물가 실업 대북식량지원 등 세가지 주제를 미리 정해주고 주무장관의 보고에 이어 다른 국무위원들도 토론에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국무회의를 ‘간담회’식으로 진행하자는 취지였다.

모두발언과 정리발언 외에 1시간 가량 진행된 토론 도중 김대통령은 딱 한 번 회의진행을 위한 발언을 했을 뿐 국무위원들의 토론을 경청했다. 국무위원들도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 했으나 곧 진지한 토론자세를 보였다.

이규성재경부장관이 외환사정에 대해 비교적 낙관론을 펴자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이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에 대해 우리의 태도가 바뀌는 것 같아 대외신인도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즉각 반론을 펴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보고 및 토론 요지.

▼이규성재경부장관〓국제유가 하락으로 3월에는 물가가 마이너스1% 내외의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9일 현재 외환보유고는 1백97억달러정도다. 3월 들어 지불연기(연기율 96.2%)도 잘되고 있다.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IMF사태 때 어미돼지까지 죽여 돼지고기값은 6월까지 오를 것이다. 농산물 직거래를 위해 농촌 소비자 정부 등 소위 농 소 정 모임을 갖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 소비자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생활협동조합법을 빨리 제정해 달라.

▼박태영(朴泰榮)산업자원부장관〓국제 원자재값 하향세로 원자재공급 차질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재경부장관〓해외에서 우리 기업과 은행의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신인도를 높여 직접 돈을 들여오도록 해야 한다.

▼이기호노동부장관〓노사정위원회의 상설기구화를 위해 이제 정당관계자보다는 공익위원을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강인덕통일부장관〓대북식량지원과 관련,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주민들이 남한식량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적 관점에서 지원해야 하고 떠들어서도 안된다.

▼김대통령〓앞으로 여건이 더 나아질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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