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문제로 전전긍긍하는 자민련 당무회의나 의원총회에서 간간이 터져나오는 목소리다.
총리인준문제에 대해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이 ‘소극적’이라는 볼멘소리다. “지난 대선에서 JP가 DJ를 대통령 만들어줬으면 이제 DJ가 JP를 총리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그럼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누구도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저 “김대통령이 ‘정치9단’인데 해결방법을 모르겠느냐”는 답변뿐이다.
물론 자민련내에는 ‘아이디어’ 수준의 요구들이 난무한다. 김대통령이 사정기관을 동원, 과감하게 인위적 정계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부터 김대통령이 직접 여야중진회담을 구성하고 주재하는 등 대야(對野)접촉을 주도하라는 주문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들의 근저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사이에 ‘대화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하고 있다. 대선때까지 가동되던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 자민련 김용환(金龍煥)부총재간의 ‘핫라인’이 사실상 소멸된 뒤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양당 주요당직자가 참석하는 ‘8인협의회’를 주축으로 각종 양당합동위원회가 가동중이지만 제대로 합의점을 찾아내는 경우는 드물다. 나아가 총리인준문제 등에 대한 원내대책도 양당 원내총무선에서 절충이 원활하지 않다.
이런 불안한 의사소통 구조는 자민련 내부의 목소리가 국민회의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주로 자민련측의 불만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민련은 DJP단일화 합의사항인 ‘공동정부운영협의회’를 구성, 실질적인 조율을 이뤄내자고 주장하지만 의장을 맡아야 할 ‘JP총리’가 안착되지 않은 상태여서 당장은 어려운 형편이다. 대신 양당은 이달말경 JP와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자민련 박태준(朴泰俊·TJ)총재 등이 참석하는 고위당정회의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양당공조의 핵심인 DJT 수뇌간의 대화에는 그다지 문제가 없는 듯하다. DJ와 JP는 주례회동을 통해, 그리고 TJ와도 빈번한 전화접촉 등을 통해 조율하고 있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