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그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나게 하는 대목은 매주 목요일의 청와대주례보고다. 당무보고차 당3역과 함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지만 이따금 ‘독대(獨對)’를 통해 대통령과 깊숙한 대화를 나눈다.
조대행이 실세로 떠올랐음을 과시한 또 한가지 사례는 새 정부의 조각(組閣)이다. 조대행은 조각 발표직전 김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정치인도 전문가다. 당인사를 많이 기용,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같은 건의가 100% 반영됐는지 모르나 며칠후 발표된 조각명단은 조대행의 생각과 거의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대행이 여기까지 오기에는 고민도 적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민선서울시장에 남다른 집착을 보여왔다. 95년 6·27지방선거 당시 민주당후보경선에 갑자기 나타난 조순(趙淳)후보에게서 패배, 좌절했으나 얼마전까지도 재도전의사를 강하게 비쳤다.
하지만 집권후 김대통령이 당내 ‘빅3’를 교통정리하면서 자신을 국민회의의 위탁관리자로 지명하자 고심끝에 숙원(宿願)을 접었다.
이런 조대행에겐 앞으로 중대한 정치적 고비가 남아 있다. 6월 지방선거직후 소집될 전당대회에서 과연 명실상부한 당대표가 되느냐는 것이다.
아직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큰 변수가 없는 한 조대행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이수성(李壽成)전총리의 영입설이 잠잠해진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결국 그의 책임하에 치를 지방선거 결과가 정치적 장래를 좌우할 것이란 얘기다.
최근 그가 주미대사로 나갈 것이란 설도 돌았으나 조대행은 “근거없는 모함”이라고 일축했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