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문책성 인사라면 전 재정경제원 금융총괄심의관을 대기발령한 것이 고작이다. 강경식(姜慶植)전부총리 밑에서 금융정책을 총괄한 사람과 청와대 금융담당 경제비서관 재직중 원화 평가절하에 반대, 외환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자리만 비켜앉도록 하거나 요직에 중용했다. 이들은 경제청문회가 열리면 증언대에 서야할 지도 모를 인사들이다.
오늘의 경제난국에 대한 재경부의 책임은 크다. 금융 외환 세제 재정 등 거시경제정책의 입안과 결정과정에서의 책임은 물론 외환특감과정에서 드러난 갖가지 의혹으로부터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금융부실을 초래한 관치(官治)금융과 환란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종금사 인허가와 관리감독 소홀도 재경부의 책임이다. 지난번 정부조직개편 때 재경원의 해체문제가 거론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도 재경부는 모든 책임을 금융기관과 기업쪽에만 떠넘기려 하고 있다. 그동안의 정책실패에 대한 행정적 책임은 물론 도덕적 책임마저도 기피하고 있다. 최근 일본 대장성 관료들이 금융스캔들과 관련해서 자기책임을 엄격히 묻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가부도 위기의 직접 책임자들에 대한 인적 청산과 책임행정의 구현없이 경제정책의 정상화는 기대할 수 없다. 외환시장 조기안정, 금융산업 구조개편, 기업구조조정, 재정운용 효율화도 구호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스스로의 개혁에는 둔감하고 신설 정부조직의 새 직제 자리나 탐내면서 중앙은행개혁과 금융산업개편을 외치는 것은 너무 뻔뻔하다.
당장 금융계가 반발하고 있다. 관치금융으로 은행을 부실의 늪에 빠뜨린 것은 정부와 정치권인데도 이에 대한 책임은 지려하지 않고 부실은행장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재경부는 1급 내정자의 인사를 재검토해야 한다. 당장의 현안 때문에 업무의 전문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해도 환란 책임자를 중용하거나 보호막을 쳐주는 눈가림식 인사는 안된다. 이규성(李揆成)장관의 부실은행장에 대한 책임론은 재경부 관료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