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건의 신빙성 여부가 북풍공작수사는 물론 정치권 전체에도 ‘핵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건의 내용 중 사실여부와 관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대목은 △‘흑금성’ 등 이중간첩의 실존여부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의원의 대북(對北)자금제공여부 △국민회의와 북한의 교류여부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대선후보측의 북한접촉여부 등이다.
우선 이중간첩 흑금성의 존재여부는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 다만 군정보기관출신으로 남북협력사업을 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신분이 알려진 점으로 미뤄 실존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공작의 필요성에 따라 정보기관에서 이중간첩을 ‘육성’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고 보면 이중간첩이 남북한을 오가며 공작활동을 벌였을 개연성은 있다.
그러나 문건에 기재된 대로 흑금성이 북한에서 김정일(金正日)과 면담했다는 내용 등은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다.
정재문의원이 지난해 11월 중국의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안병수(安炳洙)조평통위원장대리를 만나 북풍을 불게 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자금을 건넸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의원은 “안병수를 만난 적은 있으나 선거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또 정의원이 그런 큰돈을 중국까지 갖고 갈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러나 사정당국에서 파악한 바로는 정의원이 5백60만달러라는 거금을 안병수에게 준 것으로 돼 있다. 특히 정의원이 안병수를 1시간가량이나 만난 사실은 공식확인된 것이어서 두사람간에 깊숙한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국민회의와 북한의 교류여부에 대해서는 국민회의측이 “터무니없는 모함”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대선직전 베이징에서 공작원에게 “북풍을 일으키지 않으면 연방제 통일방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는 최모전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조세형(趙世衡)총재대행 등은 “안기부에서 국민회의를 북한과 연루시키기 위해 최전의원을 수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최전의원은 당원이 아니며 국민회의와 아무 관계도 없다”고 반박했다.
중국을 자주 오가며 북한과 합작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는 최전의원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안기부에서 수사를 받은 이유도 국민회의와는 무관하고 사업차 방북했던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공작원의 접촉의혹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선전 국민회의당직자와 접촉한 허동웅이 공작원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고 국민회의에 북풍공작관련정보를 제공한 안기부관계자도 알고 보니 공작원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에 해당하는 내용이 문서에 기재돼 있다.
국민신당 이인제후보측의 조모씨가 베이징에서 안병수를 만나 대선에서의 협조방안을 논의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후보의 동서인 조씨는 “사업 등 개인적인 일로 중국을 방문한 적은 많으나 안병수를 만난 적이 없으며 대선때 국민신당과 연관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렇듯 문서내용이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문서에는 확인된 정보에다 미확인 첩보를 한데 묶어놓은 것으로 일단 추정할 수 있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