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 커넥션]생각나는 「작년 北風」몇가지…

  • 입력 1998년 3월 18일 19시 55분


‘북풍(北風)조작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그러나 누가 언제 어떤 음모를 꾀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작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북풍 의혹을 쟁점별로 재구성해 본다.

▼부부간첩사건〓작년 10월27일 남파간첩 최정남 강연정부부가 울산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에서 체포됐다. 얼마후 서울대 고영복(高永復)명예교수가 간첩혐의로 체포됐다.

국민회의는 이 사건을 북풍의 서막으로 본다. 당시 안기부가 국민회의 의원 7명이 ‘고영복 리스트’에 들어있다며 내사에 착수했기 때문.

마침 국민회의에 주요 첩보가 입수됐다. 강연정이 체포된 다음날 신체 일부에 감추어 둔 독약 앰풀을 먹고 사흘 뒤 서울 삼성서울병원에서 숨졌다는 것.

천용택(千容宅)의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에게 이 사실을 따졌다. 이 사건을 선거에 악용하려 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엄포성 발언이었다. 이 때문인지 이 사건은 단순 간첩사건으로 일단락지어졌다.

▼편지사건〓작년 11월22일 김원길(金元吉)국민회의 정책위의장에게 ‘괴편지’가 날아왔다. 발신인이 김장수인 이 편지는 “김병식위원장(북한 조선사회민주당위원장)이 말하기를 1971년 가을 일본 도쿄(東京) 플라자호텔에서 선생님(김대중·金大中후보)과 조용히 만났다 하였습니다.… 선생님의 반독재활동에 자금을 지원하고자 트렁크를 넘겨드리던 그때를 감회 깊이 회고하였습니다”는 내용. 국민회의는 이 편지를 안기부에 보낸 뒤 11월24일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얼마후 국민회의에는 또다른 편지 파동이 감지됐다. 8월15일 밀입북한 오익제(吳益濟)전천도교교령이 김후보에게 편지를 보내왔다는 것.

당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당, 이회창(李會昌)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던 시절. 오익제 편지가 공개되면 전세가 역전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국민회의의 한 고위관계자가 ‘오익제 건 활용계획’이라는 안기부의 문건 내용을 입수했다. 안기부 인사로부터 구술받은 이 문건은 안기부가 오익제 편지를 활용해 김후보를 압박하려는 계획이 단계별로 상세히 정리돼 있었다. 이 문건은 최근 언론에 공개됐다.

청와대측은 “편지를 공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기부는 그러나 12월2일 천의원에게 편지를 보낸 뒤 12월5일 뒤늦게 서울 목동 국제우체국을 압수수색했다. 다음날에는 고성진대공수사실장이 검찰 기자실에서 편지를 공개했다.

▼윤홍준 기자회견사건〓자칭 재미사업가 윤홍준은 12월1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96년 8월 조선족 사업가와 중국 고관의 아들 등과 함께 서울을 방문, 김후보와 김후보의 아들 김홍일(金弘一)의원을 만났는데 같이 방문한 조선족 사업가가 ‘김정일 장군이 김후보에게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 윤홍준은 이후 일본 도쿄와 서울에서도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검찰수사 결과 이 기자회견은 안기부가 개입해 기획한 것으로 밝혀져 윤홍준과 안기부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의원 사건〓정의원이 11월20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대리 안병수(安炳洙)와 만나 북풍을 모의했다는 첩보를 국민회의가 입수한 것은 11월말이었다. 북풍으로 당하기만 하던 국민회의는 이를 반격 카드로 활용했다. 그러나 정의원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최근 이 사건은 정의원을 포함한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북한측과 직접 접촉해 북풍을 모의했다는 차원으로 비화됐다. 사정당국의 고위관계자는 “구여권의 고위인사가 북풍을 위해 북한측에 특사를 보냈다”고 밝혔다.

▼휴전선 무력충돌 기도 사건〓조세형(趙世衡)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은 대선 사흘전인 12월15일 느닷없이 특별 대북 경고성명을 발표했다. “선거에 임박해 북한군이 휴전선에서 도발행위를 감행하는 모험극을 벌일 위험성에 대해 우리 당은 북한 당국에 엄중히 경고한다”는 내용이었다.

조총재대행이 이처럼 다소 엉뚱한 성명을 발표한 것은 바로 전날(14일) 당의 한 관계자가 안기부의 전직 고위간부로부터 ‘안기부가 휴전선에서 제한적인 무력충돌을 유도하기 위한 공작을 진행중이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 12월11일부터 17일 사이 북한군 2,3개 소대가 휴전선에 투입될 움직임이 있다는 믿기 어려운 내용도 들어 있었다.

국민회의로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 첩보대로 휴전선에서 총격전이라도 벌어지면 여당에 몰표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96년 4·11총선 직전, 북한 무장병력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출몰사건이 재연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고 이는 결국 경고성명으로 이어졌다.

〈송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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