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는 선거기간에 국민회의와 국민신당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접근, 공작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박씨는 자신의 행적과 관련, 알려진 내용이 상당부분 왜곡됐다는 불만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현재 서울의 모호텔에 머물며 거취문제 등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9일 박씨와 접촉한 모인사는 박씨가 “나는 억울하다”며 특히 자신이 남북을 오가는 이중간첩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항변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문제의 문건을 직접 작성하지도 않았으며 언론보도에 나타난 문건에는 자신의 ‘보고’를 수정, 가필한 부분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대성 전안기부해외조사실장 등 문건작성 및 유출에 관여한 간부들이 그 내용을 조작했다는 얘기가 된다.
대선기간에 박씨와 접촉했던 국민회의 C의원은 “박씨는 대선때 안기부의 공작기도 등을 제보해준 5,6개 채널 중 하나”라며 “지난해 11월경 신뢰할 만한 사람을 통해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C의원의 설명은 이렇다.
“당시 박씨가 흑금성인지, 공작원인지는 몰랐으며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박씨는 ‘북한에서 김대중(金大中)후보를 낙선시키려는 공작을 하고 있으니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며 접근해 왔다. 그 이후 몇차례 제보를 통해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회장의 방북관련정보를 알려줬고 11월말경에는 ‘오익제(吳益濟)가 곧 편지를 보내올 것’이라고 귀띔해줬다. 이에 따라 당에 북풍대책팀을 구성했다. 그런데 얼마후 박씨가 ‘북한의 오해를 풀 필요가 있으니 김후보의 친서를 써달라’고 요구하기에 이상한 생각이 들어 채널을 폐쇄했다. 나중에 양심선언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결국 그냥 넘어갔다. 그때의 감으로는 권영해(權寧海)당시 안기부장의 지휘를 받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박씨는 또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의 동서인 조철호(趙哲鎬)동양일보사장에게도 접근했다.
조사장은 “동양일보에 백두산과 금강산의 사진을 게재하기 위해 북한사진촬영권허가를 받았던 박씨를 만났다. 또 북한에서 유명지식인인 백부의 학문적 업적을 집대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박씨와 함께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박씨가 공작원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박씨의 행적은 안기부의 조직적 정치공작을 명백하게 입증해준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