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우현/실업대책 새틀이 필요하다

  • 입력 1998년 3월 19일 20시 09분


대기업에 본격적인 정리해고 태풍이 불기 시작했다.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들은 최근 1천명이상씩의 대량 감원 방침을 밝혔다. 사무직 전문직 간부직 출신 실업자들이 대거 거리에 쏟아지고 있으며 기업들의 연이은 도산까지 감안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지난 35년 이래 최대의 실업대란을 겪을지 모른다. 간신히 실업을 모면한 근로자라 할지라도 임금삭감 고물가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 등으로 심한 생활난에 직면할 것이다.

▼ 「실업률 5% 안이한 예측 ▼

이미 실업률은 정부의 98년 예상치인 4.4%를 2월말에 넘어섰으며 실업자수는 1백50만명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실업률을 5%이내로 예측,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는 지나치게 안이한 생각이다.

앞으로 3년간, 어쩌면 김대중정부 5년 동안 8∼10%의 고실업이 지속된다는 예측하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극복한 뒤에도 정보사회 지식경제로 진입한 선진국과 한국형 성장모형을 답습한 후발개도국 사이에서 우리 경제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실업 대책은 단순히 IMF시대의 노동시장정책을 넘어 지식산업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구조조정까지 포함해야 한다.

당면한 고실업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제고돼야 한다. 즉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게 연결되고 쇠퇴하는 분야의 근로자가 새로운 분야로 재취업하는 등 인적 자원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배분과 재배분이 필수적이다.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체계를 직능급제 연봉제 등, 능력과 생산성에 따른 임금체계로 바꾸는 것과 파견근로 파트타임 재택근로 등 고용형태를 다양화하는 것 등이 대전제로 필요하다.

이에 병행해 정부는 실업자 훈련과 구인 구직 정보망 확충 등 적극적인 실업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첫째, 실업자 재훈련의 근본 방향은 정부조직 비대화가 아니라 민간부문 위탁으로 돼야 한다. 현재 공공 직업훈련기관은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직업훈련원 등 50여 곳에 불과하며 대부분 기능인력양성기구다. 더구나 고학력자 및 화이트칼라를 대상으로 한 재훈련 전직훈련기관은 전무한 형편이다. 따라서 정부 조직을 늘리기보다는 전문대 및 4년제 대학을 이용한 민간 위탁 재훈련이 바람직하다.

둘째, 고졸자를 위해서는 6개월∼1년과정의 직업능력개발 단기대학을 설치하고 고학력자를 위해서는 대학과 전문대학 시설을 이용한 직업훈련이 이뤄져야 하며 고용보험에서 그 교육비를 지원해야 한다.

셋째, 지방노동사무소를 종합고용서비스센터로 개편하고 모든 고용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취업정보망을 구축, 구인 구직 정보망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넷째, 대학원 정원을 자율화하고 석박사의 장교임관제를 재도입하는 등 고등교육분야를 지원함으로써 고학력 신규 실업자의 확산을 막고 미래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전문 고급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다섯째, 실업자들을 자연보호, 국립 도립공원 관리, 신체부자유자에 대한 봉사 등으로 배치하고 최저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실직으로 인한 절망과 패배감을 공동체에 대한 봉사정신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 일반회계 지원 크게 늘려야 ▼

정부는 98년 실업대책예산으로 4조5천억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중 90%이상이 고용보험이나 세계은행(IBRD)차관에 의존하고 있으며 일반 회계에서의 지원은 불과 4백42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실업대책의 실현 자체를 불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회에 선진국과 같이 사회보장비를 일반 회계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재산세 제도의 합리적 조정으로 세수를 늘리는 것이 그 방안이 될 것이다.

아울러 실업 대책은 노동부뿐만 아니라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노동부 교육부 행정자치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서의 종합적 조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조우현<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