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수사]검찰 「權씨 수사」원칙이 없다

  • 입력 1998년 3월 24일 20시 08분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의 자해사건에 대한 검찰 대응이 ‘임기응변’적이고 무원칙해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해사건 이후 다수의 시민들은 권전부장에 대해 “국가 최고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무책임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도대체 수사를 어떻게 했기에 검찰 조사실에서 자해사건까지 날 수 있느냐”는 질책도 뜨거운 게 현실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국민에게 유감이나 사과의 뜻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적이 없다. 여론의 비판에 ‘재치문답’식으로 넘기고 있는 양상이다.

검찰은 ‘소홀했던 사전 몸수색’을 지적받자 북풍공작사건 수사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자진출두한 피의자(권전부장)에 대해 강제수사 방법인 신체 수색이나 소지품 검사를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금지돼 있다는 요지였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대법원에서 불법으로 판정된 ‘밤샘조사’를 함으로써 스스로 정작 지켜야 할 ‘형사소송법 규정’은 외면하는 자기모순을 드러냈다.

검찰은 병원에 입원중인 권전부장의 신병에 대해서는 “검찰에 자진출두, 임의조사를 받고 귀가한 자유로운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병실에는 검찰직원 6명이 밤낮없이 상주하고 있어 권전부장은 사실상 구금상태에 놓여 있다. 게다가 검찰은 ‘자유인’인 권전부장을 보다 감시가 수월한 경찰병원 등으로 옮기려다가 권전부장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의 아들도 공개적으로 소환 조사한 검찰이 이미 상당부분 범죄혐의가 드러났고 스스로 정치적 ‘패장’을 자처하며 정치에 관여해 선거개입을 자백한 권전부장을 마치 작전을 펴듯 극비소환한 것도 잘못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이 자해사건 발생 당시 극도로 위급한 상태에 있던 권전부장을 병원으로 옮기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도 지나친 보안의식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법조인은 “검찰의 이같은 무원칙한 대응은 전직 안기부장에 대한 예우와 보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바람에 법집행의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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