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은 28일 ‘우려와 실망을 가져다 준 한달’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남조선에서 정권이 바뀐 뒤 지난 한달은 북남관계에서 공허하게 보낸 기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집권층이 남북관계에 있어 화해와 협력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그와 배치되게 행동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노동신문은 구체적으로 “안보를 구실로 미국군대도 철수할 수 없다고 하고 외세의존정책도 계속하겠다고 하는 것은 조국통일 3대원칙의 중핵적 내용인 민족자주원칙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또 새정부가 국가보안법과 안기부를 철폐하지 않는 점을 비난하며 “지난 한달 동안의 모양새로 나간다면 북남관계의 앞날은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 방송은 25일 “남조선의 고위당국자들이 남침위협을 떠들며 전쟁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선행통치배와 같은 북침통일망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또 강인덕(康仁德)통일장관 천용택(千容宅)국방장관 등을 겨냥해 인신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나름대로 새정부의 유화적인 대북정책 기조를 파악했다고 판단, 주민들의 내부통제를 위해 적당한 수준의 대남 긴장관계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의 비방이 일상적인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지만 표현은 상당히 신중한 편”이라며 “특별히 남북관계 악화를 걱정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93년 김영삼(金泳三)정부 출범초 ‘파쇼정권’‘극악한 민족반역자’‘사대매국노’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방했던 것과는 달리 김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직 원색적인 비난은 하지 않고 있다.
결국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등과 같은 자신들의 주장을 한국정부가 정책적으로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체제유지를 위해 계산된 대남비방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기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