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본보창간 인터뷰]野 비협조땐 정계개편 할수도

  • 입력 1998년 3월 31일 20시 2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한나라당 전당대회(10일) 후 한나라당 지도부와 만나 총리인준문제를 포함하여 ‘여야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는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31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으로 떠나기에 앞서 동아일보 창간 78주년에 즈음한 특별인터뷰를 갖고 “더이상 국민에게 정치 때문에 걱정을 끼쳐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대통령은 “제일 좋은 방법은 ‘굳이’ 정계개편을 하지 않고 야당의 협조를 얻는 것”이라고 말해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정계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후에도 정국파행이 계속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일단 한나라당 지도부와 얘기를 해봐야 하고 여론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국난의 시기에는 야당도 여당을 도와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국민이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여 정계개편을 하라는 게 다수의견 아니냐”며 “국민으로부터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야당이 노력하면서 올 한해만이라도 여당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나면 현 지도부가 유임하든 새 지도부가 구성되든 본격적으로 영수회담을 하겠다”고 ‘선(先)대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은 이와 관련, “여야가 함께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양쪽이 합의문도 만들 수 있고 여러 가지 조건이 있으면 조건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북풍(北風)’문제와 관련, “그 본질은 남북관계를 선거에 이용해 야당후보를 낙선시키려 했던 정치공작이므로 그것을 막으려고 한 행위는 정당방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나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단순히 선거에 이기기 위해 용공조작을 한 정도라면 관대하게 처리한다는 원칙은 확실하게 서있으나 북한과 내통했다면 큰 문제가 있으므로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실업문제와 관련,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결코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올해는 어려움이 많지만 참고 노력하면 내년 후반까지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끝낼 수 있을 것이고 2000년부터는 세계선진경제권으로 들어가기 위한 본격적인 가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대통령은 기업개혁에 대해 “경제란 마구잡이로 몰아붙이는 게 아니다”며 “그러나 과거정권처럼 개혁을 절대 흐지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달 말까지 은행으로부터 경영개선계획을 제출받아 6월말까지 심사를 마친 뒤 은행개혁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ASEM과 관련,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리의 방향을 얘기하면서 세계를 향해 완전히 문호를 열고 우리도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점을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심수 추가사면 가능성에 대해 “8·15 때까지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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