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나라당은 4개지역 재 보선이 모두 영남에서 치러지는 점을 기회 삼아 지원유세 때마다 “37년간 지켜온 경상도 정권을 전라도에 빼앗겼다”며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새 정부 요직을 호남출신이 독점했다고 비판하면서 ‘전라도 싹쓸이론’ ‘영남 푸대접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여당의 프리미엄인 ‘지역발전론’과 ‘경제파탄 책임론’으로 맞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가진 국회가 정부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다”며 ‘원내 다수당’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부산서구에서 한나라당은 ‘부산여당’이라는 구호를 내걸어 ‘원내 1당’임을 강조하는 한편 가덕도 신항만 건설사업비 예산이 깎인 점 등을 들며 ‘PK핍박론’을 대대적으로 유포했다.
문경―예천에서는 소지역주의까지 판을 쳤다. 한나라당 신영국(申榮國)후보측은 예천보다 유권자수가 많은 문경출신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 “이번에는 반드시 문경시민이 단결해 예천출신인 자민련 신국환(辛國煥)후보를 꺾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달성의 경우 한나라당은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의 딸인 박근혜(朴槿惠)씨의 출마를 ‘박정희―김대중(金大中)대결론’으로 몰고가며 박정희 향수에 불을 지폈다.
국민회의 엄삼탁(嚴三鐸)후보측은 “새 정부는 5·16의 맥을 잇는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를 필두로 한 자민련과의 공동정권”이라고 맞서면서 “박재옥(朴在玉)씨야말로 박전대통령의 맏딸”이라며 ‘맏딸논쟁’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처럼 지역감정과 지역발전론이 이번 선거의 최대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의 최대현안이었던 ‘북풍(北風)’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선거 막판에는 ‘정계개편론’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여야간 공방전이 치열했다. 여권은 “한나라당은 붕괴할 정당”이라며 유권자들을 자민련후보측으로 흡수하려 했고 한나라당은 “정계개편은 여권의 야당말살공작”이라며 맹공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