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남북회담］北대표단 철수안해…수정案 제기 관심

베이징(北京) 남북 차관급회담이 나흘간의 회담과 대표접촉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회담 전망을 반드시 비관적으로 볼 필요만은 없을 것 같다.

북측은 일단 14일 출발하는 베이징발 평양행 고려항공기를 타지 않았다. 다음 비행기는 17일에 있다. 남북 모두가 이틀 정도의 시간 여유를 번 셈이다. 북측 대표단은 공식적인 통보는 아니지만 이틀 정도 회담을 더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측도 북측이 원한다면 응한다는 입장이어서 대화의 통로는 열려 있고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관계자들은 북한측이 평양의 훈령을 받는 대로 다시 회담장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으며 ‘비료를 주긴 주되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와 남북 특사교환에 성의를 보이라’는 우리측의 제안에 대해서도 다소 신축적인 대안을 들고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근거는 북한이 파종기(4,5월)를 맞아 그만큼 비료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측도 북한측의 수정안을 보아가며 다소 완화된 입장을 제시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완화된 우리측 입장은 20만∼30만t의 비료를 세 차례에 걸쳐 지원하되 북한측이 이산가족문제 논의를 위한 별도의 회담 개최를 약속하면 일단 1차 지원분을 제공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이번 회담에서 다시 확인됐지만 남북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다. 양측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만났고 그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단에 대해서까지도 합의했지만 여전히 서로 믿지 못하고 있다.

우리측은 북측이 95년 쌀지원 때처럼 비료만 받고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관계 개선방안은 이런저런 구실로 미루거나 회피할지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다. 북한 역시 비료를 주는 대신 이산가족 교류로 북한체제를 다시 한번 흔들어 놓으려는 불온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북측의 전금철(全今哲)단장이 이날 “(한국의) 문민정권이 추진했던 대북정책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어 이것을 청산하기 전에는 차관급 고위급회담을 열 상황이 아니었다. 비료가 아니었다면 아직은 (남북대화에) 안 나왔을 것”이라며 한숨을 쉰 것은 이의 증거다.

결국 문제는 남북이 비료와 이산가족문제를 ‘담보’로 하지 말고 어떻게 서로를 신뢰하느냐에 따라 회담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하겠다.

〈베이징〓한기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