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자민련 공동정부는 국정운영 과정에서 과거 정부에 비해 여러가지 장 단점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먼저 공동정부는 정당간 또는 정파간 갈등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색깔이 다른 양당이 조율을 거쳐 정책을 만들어 내는 만큼 갈등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민생활 또는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령과 정책안을 입안 또는 변경할 때 그 내용을 확정하기 전 양당과 협의토록 의무화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영남정권의 장기화로 빚어진 지역대결구도와 지나친 권력집중을 완화해줘 국민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지니고 있다.
여기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개혁을 주창하고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가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동정부의 구도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국정운영의 묘를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총리서리는 취임 이후 각 부장관으로부터 사전업무보고를 받아 업무조정기능을 강화하고 기관평가제를 도입, 국정의 총괄조정기능을 과거의 행정총리에 비해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김총리서리가 ‘실세총리’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이 많다. 실제로 김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김총리서리는 침묵을 지키며 ‘배석총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 김총리서리가 대통령을 보좌해 노사정에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등 경제난 극복에 앞장서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이와 함께 현시점에서 나타난 공동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라는 지적이 많다. ‘DJP연대’에 따라 철저한 ‘나눠먹기’로 인사가 이뤄질 경우 후유증은 반드시 나타나게 돼 있다.
야권은 이미 정부투자기관 등 각종 인사에서 양당이 자리나누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대통령이 제시한 능력과 전문성, 개혁성을 중시한다는 인사원칙도 훼손됐다는 게 야권의 지적이다.
김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정부가 실업대책 등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정기능 부재 등 난맥상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최근 공공근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 부가 예산의 뒷받침도 없는 상태에서 중구난방으로 정책을 발표, 혼선을 빚은 것을 따끔하게 지적한 것이다.
대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각 부가 대기업정책을 제각각 쏟아내 혼선을 부채질한 것도 공동정부가 갖는 한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아무튼 이제 막 실험대에 오른 공동정부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경제난 극복 등 숱한 정치 경제적 과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