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3당총무회담에서는 그동안 협상과정에서 합의된 사항만을 ‘분리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이날 밤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분리처리’에 반대하기로 당론을 결정, 재협상이 불가피해졌다.
○…오후 8시반경부터 시작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초반부터 안상수(安商守) 황규선(黃圭宣) 이규택(李揆澤) 이국헌(李國憲)의원 등 수도권지역의 초재선의원들이 ‘분리처리’에 반대의견을 개진, 강경론이 득세했다.
그러나 의총 중반 이후 신상우(辛相佑)부총재 박관용(朴寬用) 이해구(李海龜)의원 등 중진의원들이 나서 “현실정치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최선을 다한 총무단의 결정에 따르자”는 등 분리처리를 주장하며 설득에 나섰다.
특히 이해구의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담판을 지어서라도 우리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고 그 대신 우리도 총리 인준문제를 풀어주는 대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대타협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3시간여의 난상토론에도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자 이재오(李在五)의원이 “오늘 밤 결판을 내야 한다”며 표결을 주장, 기립표결에 부쳤다. 표결결과는 참석의원 1백2명 중 분리처리 반대가 42명, 찬성 31명으로 백지화가 당론으로 최종결정됐다.
○…이에 앞서 오후 6시부터 열린 총재단회의에서는 연합공천문제와 기초단체장 임명제전환문제 등 3개 미합의사항을 제외한 합의사항을 분리처리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져 타결이 이뤄지는 듯했다.
조순(趙淳)총재는 회의 서두에 “어떻든 오래 끄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며 분리처리를 제안했고 참석한 부총재들도 대부분 이에 동의, 어렵지 않게 의견이 모아졌다.
오히려 이날 총재단회의에서는 오장섭(吳長燮)의원의 탈당에 큰 충격을 받은 듯 선거법문제보다 대여강경투쟁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여야 3당 총무들은 그동안 협상과정에서 쌓인 불신 탓인지 협상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까지도 “우리가 먼저 연락할 필요가 있느냐”며 서로 회담제의자체를 미루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또 최대현안인 연합공천문제와 기초단체장 임명제도입문제에 대해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채 “공은 저쪽으로 넘어갔다”고 책임을 떠넘기는데만 급급했다.
결국 오전11시50분경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이 총무회담 개최를 제안, 오후2시반경 국회의장실에서 회담이 열렸으나 마주앉은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대행과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총무는 서로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는 등 냉랭한 분위기였다.
○…총무회담을 주재한 김의장은 당초 오후2시로 잡혀있던 본회의를 오후8시로 미뤄놓았다고 밝히면서 “15대 국회는 밤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야행성(夜行性)국회”라고 뼈있는 농담.
이에 한총무대행과 이총무는 각각 “지금만 그런 게 아니라 13대 국회도 낮에 해본 적이 없다” “의장님을 잘 모셔야 하는데 정말 죄송하다”고 쑥스러워 하기도.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