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여(小與)의 한계는 있지만 지금은 새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식지 않은 집권초기. 게다가 야당인 한나라당의 대오가 적잖게 흔들리고 있어 여권의 정국주도력 행사에 그리 나쁜 여건은 아니다.
그러나 번번이 돌부리에 걸리는 것은 여권 내에 뭔가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 특히 정국 운영과 관련한 여권의 조타기능에 이상이 있지 않느냐는 진단이 많다.
이런 조타기능의 핵은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국 운영을 상시적으로 보좌하는 정무수석실의 정국예보가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이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정무수석실의 정국예보는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 총리임명 동의안 처리 때는 “무기명비밀투표만 이뤄지면 통과는 걱정없다”고 장담했고 ‘4·2’재 보궐선거 때는 한 곳쯤 이길 것으로 예상했으나 모두 빗나갔다.
정국운영 프로그램도 혼선을 빚는 경우가 잦다. 조각이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부조직법을 발효시켜 사상초유의 기형적인 행정공백상태를 초래한 게 대표적인 덜컥수.
잘못된 정보와 프로그램 입력도 결국 김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여야 영수회담 문제만 해도 그렇다. 김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도 야당의 행태에 비판적인 국민 여론을 거론하며 한나라당 전당대회 후 영수회담을 갖고 ‘담판’을 짓겠다고 했으나 요즘은 한발 물러선 듯한 분위기다.
이와 함께 비서실 내부의 위계질서나 조율기능도 문제다. 정무수석실의 모비서관은 외부에서 청와대 조직을 흔드는 발언을 하고 다니며 심지어 모주간지와 이런 내용의 인터뷰를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직속상관인 문희상(文喜相)수석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정무수석실 조직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러다 보니 정무수석실의 국정홍보기능도 거의 실종상태. 최근 여권 일각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무수석실 개편론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런 정치력 부재에 따른 것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