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안의 기본 방향은 모두 옳다. 특히 올해는 세계인권선언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때를 같이해 정부는 인권관련 제도나 정책에 관해 조언하고 인권침해사례를 조사해 시정을 권고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설치를 추진중이다. 개선안은 수사와 기소단계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인권침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정신청은 원래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부터 모든 고소 고발사건을 대상으로 했었다. 그러다 유신직후인 73년 형소법 개정때 현재처럼 공무원의 직권남용, 불법체포 감금, 가혹행위로 제한됐다. 이때부터 신청건수도 현저히 감소됐다. 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인권침해사건이 빈발하면서 이 제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94년엔 선거법위반이 추가됐다. 재정신청의 확대범위는 앞으로 법개정 과정에서 신중히 논의해야 할 과제지만 검사의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가 빚는 독선과 자의(恣意)의 폐단을 폭넓게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검사의 결정에 불복하는 방법으로는 재정신청외에 상급 검찰청에 항고 및 재항고하는 절차가 있다. 그러나 이는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의 원칙이 지배하는 ‘같은 식구’라는 의식때문에 한계가 있다.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방법도 있으나 직접적인 기소명령이 아닌 재수사명령을 받아낼 수 있는데 불과해 구제장치로는 역시 미흡하다. 제삼자인 법원이 주도하는 재정신청제도의 활성화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체포 또는 구속 즉시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안기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헌법과 관련법에 이미 명시돼 있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은 인권을 하찮게 여기는 수사기관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 탓이다. 오랜 기간에 굳어진 폐습을 단기간에 고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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