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는 개점휴업 상태인 위원회도 적지않아 행정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산업자원부의 경우 33개 위원회 및 심의회를 운용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제 역할을 하는 위원회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광산보안위원회 해외자원개발심의회 등 5개 위원회는 활동이 전혀 없어 산자부 스스로 없애겠다고 밝힐 정도다.
나머지 위원회의 활동도 산자부가 결정한 정책방향을 뒷받침하기 위한 요식절차에만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업발전심의회는 96년11월 현대의 제철소사업 진출 ‘불가’판정을 내렸다. 산자부는 이 심의회 결정을 현대제철소 불허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산자부가 이 심의회에 ‘불가’ 결정을 내리도록 종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법령과 대통령령을 빌려 설립된 중앙부처산하 위원회는 무려 3백60여개에 이른다.
총리실의 경우 국가에너지절약위 정보화추진위 등 30개에 이르며 △보건복지부 42개 △재정경제부 27개 △농림부 17개 등으로 장관조차 그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할 정도.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위원회도 서울시 79개, 인천시 76개, 서울시내 구청별로 각 40개에 이르며 전국적으로는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번 모임을 갖고 나면 연락이 끊기거나 1년동안 한번도 열리지 않는 위원회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들어 규제개혁위 국방개혁추진위 국가과학기술위 국가인권위 행정개혁위 예산자문회의 등이 신설됐거나 설립될 예정이다.
더구나 작년까지는 총무처의 심사를 거쳐야 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각 부처 자율로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외환위기 책임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정책 실패도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관리들이 책임회피용으로 위원회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기획예산위원회 관계자는 “각종 위원회가 예산을 낭비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공무원들이 위원회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므로 그만큼 행정력이 소모된다”며 “위원회의 활동이 부진할 경우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원회가 예산의 뒷받침이 없는 각종 청사진을 제시, 결과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위는 하반기부터 정부경영혁신안을 마련하면서 위원회 정비방안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