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치는 역시 현실이다. 여권이 마음먹는다고 야당의 기둥뿌리까지 몽땅 뽑아올 수는 없다. 여기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과 이해관계의 부합이 뒤따라야 한다.
여권은 우선 지방선거 전까지 한나라당의 과반의석을 무너뜨린다는 1차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의석은 전체 2백94석 중 1백58석. 국민회의 79석, 자민련 46석, 국민신당 8석, 무소속 3석이다. 여권이 한나라당의 과반수를 허물려면 최소 11석이 필요하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목표치는 바로 11석에 맞춰져 있다. 대야(對野) 수적 우위는 한나라당과의 원구성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11석을 확보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국민신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돼 향후 국회운영에서 국민신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2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야만 국회를 여권페이스대로 끌고갈 수 있다.
그렇다면 여권은 왜 10석 이상의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을 서두르고 있을까.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27일 “구멍이 나면 둑이 무너지게 돼있다”고 말했다. 정계개편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몇명이라도 야당의원을 입당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한나라당의원들간에 ‘탈당 도미노’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것. 여당행을 희망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내부사정도 있다. 여당으로 옷을 갈아입고 지방선거에 출전(出戰)하기 위해서는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들에 대한 공천이 끝나기전에 입당해야 한다.
여권은 지방선거 전까지 최대한 영입작업을 벌인 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권은 여권대로, 야권은 야권대로 계파와 정당의 속사정에 따라 계산이 서로 달라질 수 있어 성사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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