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금수강산이 동서냉전의 틈바구니에서 두 동강 난 지도 반세기가 되었다. 남북분단의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 갇힌 우리는 북한의 산하를 어루만지고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무력한 현실에 슬퍼할 뿐이다. 더욱이 사진작가로서 이 아름다운 산하를 마음껏 표현할 수 없는 서글픔을 무엇에 견주겠는가.
가끔 제삼국이나 특별한 경로를 통해 소수의 사람들이 갖고 들어오는 북한 산하의 사진과 비디오 테이프가 신문 방송에 소개될 때마다 우리는 반가움에 앞서 서글픔에 목이 메게 된다.
한국의 사진작가로서 북한의 산하를 앵글에 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보도 사진기자 출신인 필자는 특히 북한의 풍경과 생활상 문화재 등을 내 손으로 촬영해 남기고 싶다는 강렬한 희망과 소명 의식을 느낀다. 필자는 70년 베트남 전쟁의 종군 사진기자로서 많은 사진을 찍었고 최근에는 몽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들로 사진전람회를 열기도 했다. 그 사진전에 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바로 눈앞에 있는 북한 산하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볼 수도,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표현할 수도 없느냐는 것이다.
올해는 ‘사진 영상의 해’다. 최근 한국사진학회가 북한의 사진작가동맹과 남북공동사진전을 열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은 오랜 가뭄끝의 단비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비록 남북한 작가들이 각각 촬영한 사진 결과물을 교환하는 것이지만 이것을 시발로 하여 보다 자유로운 촬영이 가능한 날을 고대해 본다.
청년세대에서 어느덧 백발세대의 대열에 합류하게 됐지만 꿈에도 포기할 수 없는 한가지는 남쪽의 국토를 구석구석 온몸으로 뒹굴어 왔듯이 북쪽의 산하를 마음껏 카메라 앵글에 담는 것이다. 남은 짧은 인생이나마 활짝 열린 창구를 통해 북한의 산하를 진실 그대로 담을 수 있는 그날을 간절히 기다리며….
류재정(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