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금리를 내리더라도 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업간 금리 차이만 커질 뿐이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콜금리를 단계적으로 내리기로 합의했으나 금리인하의 효과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즉 제도권 금리를 낮출 수는 있지만 금융기관과 기업간 신용이 붕괴된 상황에서 실효를 거두기가 힘들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이제부터는 금리인하로 산업기반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시장 상황]
금리인하의 전제조건인 원―달러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보여 28일에는 연중 최저수준인 1천3백43원까지 밀렸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에 29일에도 환율하락세가 이어져 1천3백40원이 무너졌다.
자금시장도 안정양상이다. 한국은행이 28일 입찰에 부친 4천억원어치의 RP(1일물)는 연 19.60%에 낙찰됐다. IMF체제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것.
29일의 통화안정증권 매각입찰에서도 연 19.80%에 3조원어치 전액이 낙찰되는 등 금리인하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따라 콜금리도 24일 이후 엿새째 19%대에 머물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금리인하 여건이 점차 무르익고 있는 셈이다.
[금리인하 논란]
▼금리인하가 시급하다는 주장〓우량기업마저 고금리로 쓰러지면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져 구조조정은 물건너가게 된다는 것. 재정경제부도 “IMF측도 이같은 우리 사정을 감안, 단계적인 금리인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연구위원은 “고금리정책의 목표인 외환시장 안정이 어느 정도 달성된 만큼 고금리를 고집해서는 안된다”며 “이제는 산업기반의 와해를 걱정해야 할 때”라고 금리인하 주장을 폈다. 은행과 기업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도 금리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
▼인위적 금리인하는 무리라는 주장〓신용추락, 외환사정 불안, 임박한 기업의 구조조정 등이 고금리의 근본 원인이므로 이 문제를 해소하는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논리다.
대우경제연구소 함정식(咸晶植)채권팀장은 “노사불안, 금융기관 구조조정 등 메가톤급 악재가 상존하는 한 환율과 금리는 언제든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내리거나 대출대상을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전망]
금리인하의 궁극적 목표는 기업의 금융비용을 낮추자는 것인데 실세금리가 낮아져도 기업에 적용되는 금리는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인 시각. 즉 신용붕괴로 치솟은 가산금리(리스크 프리미엄)는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콜금리와 연동돼 움직이는 은행 당좌대출 기준금리는 최근 콜금리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연 24∼25%대에서 요지부동이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