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철학적인 관점에서 정치가에 위임된 자유의 남용이라는 문제점이다. 빈번한 당적이동은 정치가 개인의 자유나 행복추구권과 무관한 것이다. 정치가는 일정한 정치적 관계 하에서 존재하는 공인이자 특정한 노선과 정책을 가진 정당조직 속에서 공동의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집단의 일원이라는 존재구속성을 갖는다. 특히 국회의원은 특정 부류의 국민적 지지에 기초해서 공인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둘째, 현실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많다. 개혁을 위해 불가피하게 당적이동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개혁을 위해 집권당이 반드시 다수당이어야 한다는 ‘수의 논리’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집권당〓다수당’은 지극히 편의적인 발상이다. 게다가 그것이 권력추구적인 것으로 변질되거나 국회의원 개개인에 대해 옥석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셋째, 역사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정당정치가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의 질곡을 극복하지 못한 이유 역시 무차별적인 당적이동때문이다. 정당이 오직 권력만을 추구하고, 국회의원이 양지만을 좇아 유권자의 선택을 저버리는 상황에서 정당정치가 존속할 기반은 없다. 한국정치사에서 명멸했던 무수히 많은 이름없는 정당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당적을 옮기곤 했던 철새정치인들이 우리 정치를 파행으로 내몰았다.
따라서 당적이동이 불가피하다면 국회의원은 자신의 선택을 노선과 정책에 맞추되 최소한 자기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또 국회의원을 수용하는 정당의 입장에서도 강령과 정강정책의 부합성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개별적 당적이동을 지양하고 노선과 정책을 중심으로 정치집단들 간의 정치연합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대화(상지대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