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으로 보면 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에 문제가 있다 해도 당적을 유지하면서 그것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책임있는 정당정치의 모습이다. 그러나 정당 스스로의 개선과 책임 정당정치의 실현이 불가능한 현실속에서 특별한 법률적 규정이 없는 한 당적 선택은 국회의원 자신에게 있다. 다만 유권자는 다음 선거에서 그것을 심판할 것이다.
당면 정계개편 문제는 한나라당 내부의 문제와 여소야대의 구조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것이다. 한나라당은 야당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지 못한 채 조직의 내분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집권여당에 대한 집단적 반대와 힘의 과시를 통해 자신들의 취약한 조직상황을 봉합하려 했었다.
사실 한국의 정당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재탄생되어야 하지만 특히 한나라당은 지난 국정실패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토대로 재탄생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었다. 물론 한나라당의 이런 행태에는 국민통합과 거국내각 등을 강조하면서 그 통합의 애초 동기를 모호하게 만든 김대중 정부의 문제점도 한 몫을 했다.
사실 여소야대 정국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운영 조건인 여야간의 타협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의회해산 등과 같이 정국경색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정치현실이다.
이럴 경우 집권세력이 국정마비를 지속시키지 않으려면 야당의 의사대로 따르거나 여소야대 구도를 재편하는 것 중에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절대 다수는 정계개편을 지지하고 있으며 야당의 행태보다도 김대중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노력과 개혁을 더 지지하고 있다. 다만 이 정계개편 과정이 철새정치인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게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김만흠(서울대사회과학연 특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