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회 소집 이유로 든 ‘실업대책 등 경제현안 정부대책 논의’도 여당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치 문제도 아니고 경제문제를 논하자는데 이를 마냥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날 “아무리 타당치 않다 해도 일단 적법하게 소집된 만큼 무조건 회피할 것이 아니라 원만하게 이끌어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국민회의 지도부에 지시한 것은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는 여당보다는 야당에 유리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이 상임위별로 쟁점 현안에 대해 파상 공세를 펼쳐 여당의 ‘야당 의원 빼내가기’ 등에 역공세를 펼 것이기 때문. 법사위에서 경제실정 등에 대한 검찰 수사의 편파성, 재경위에서 지지부진한 재벌개혁, 환경노동위에서 겉도는 실업대책 등을 따질 태세다.
지난달 여야가 구성하기로 합의한 정치구조개혁특위와 실업대책 및 경제구조개혁특위도 한나라당이 벼르고 있는 카드. 특히 정치구조개혁특위에서는 연합공천을 금지하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특정 경제현안으로 의제를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 자민련 구천서(具天書)원내총무는 “실업대책 등 시급한 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정치적 사안을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당은 지방선거를 한달 앞두고 있어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의원마다 자신들이 공천한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위해 지역구에 상주해야 할 처지여서 상임위 등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당이 한나라당의 국회 소집 요구를 수용한 데에도 어쩌면 이런 계산이 깔려 있는 지도 모른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