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정계개편을 둘러싼 대치국면속에서 여야는 영수회담 등 공식적인 대화채널은 물론 권위주의 정부시절에도 가동됐던 ‘막후채널’마저 차단한 채 강경대치, ‘정치 실종’의 양상을 빚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취임후 한달에 한번씩 갖겠다고 약속한 영수회담개최에 대해 여야는 서로 ‘저쪽에서 사인이 없다’며 공을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만나봐야 내놓을 카드가 없다”는 게 여야의 진정한 속내다.
여야의 유일한 접촉창구인 총무회담은 아예 자기주장을 밀어붙이는 장(場)으로 바뀌었다. 지난 3월말 시작된 통합선거법협상의 경우도 여야는 정당간 연합공천금지와 기초단체장의 임명직 전환을 둘러싸고 한걸음도 양보하지 않은 채 팽팽히 맞선 끝에 한달여만인 지난달 24일에야 가까스로 타결을 지었다.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여당의 논리나 야당의 저지이유도 접점없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 여당은 ‘거야(巨野)’의 과반수붕괴를 겨냥, ‘의원빼내기’를 하면서도 “자기 소신으로 오는 사람을 막을 필요는 없다”고 둘러대고 있다. 야당은 “여권이 검찰수사 등을 앞세워 야당파괴공작을 하고 있다”며 장외투쟁까지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96년 ‘4·11총선’직후 벌어졌던 상황의 재판이다.
여야가 이같이 폐쇄적인 정치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상대방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기보다 적대적 개념으로 보고 있기 때문. 야당의 한 당직자는 “막후접촉을 하고 싶어도 이런 상황에서 자칫하면 사쿠라로 몰릴까봐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없어져야 할 정당’ ‘집권능력없는 세력’이란 배타적 감정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여권의 정국운영과 관련, 일관된 논리가 “정권을 잡았는데…”라는 강권적 사고라는 게 야당의 반발이유다.
당론을 주도할 중심세력이 없는 야당의 ‘다세대 주택’구조나 김대통령의 지시만을 쳐다보는 듯한 여당의 ‘1인 중심구조’도 대화부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을 돌파할 묘안을 여도 야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결국 지방선거나 끝나야 여야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벌써부터 정책대결보다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선거전략에 나설 태세다. 여야가 내세우는 ‘국민의 뜻’과 달리 경제위기에 허덕이는 국민만 정치의 볼모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동관기자〉
▼전문가 의견 ▼
최근의 여야관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국회를 통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부나 출범 초기에는 개혁을 추진한다. 정부여당은 그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야당은 대안을 제시, 토론과 조정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런 과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치가 실종됐고 국회가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는 타당하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계개편이라고 본다. 그러나 현재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추진하고 있는 정계개편은 정당의 몸집, 즉 의원수를 불리기 위한 편의적인 것으로 문제가 있다. 정당의 이념과 정책 등에 따른 제대로 된 정계개편이 필요하다.
정대화<상지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