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2일 상암동에 주경기장을 짓기로 결정한 이래 약 4개월, 2월초 인수위업무보고때 당시 김대중대통령 당선자가 재검토를 지시한 이래 꼭 석달이 지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김영삼정권말기 개최도시 선정을 놓고 차일피일 그 결정을 미뤘던 것까지 합하면 거의 반년을 허송세월한 셈이다.
청와대는 4일 상암동신축 수용 이유의 하나로 ‘월드컵대회가 치러지는 2002년이면 경제사정이 호전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비싼 돈 들여 새 경기장을 지을 필요가 있나’라는 당초 물음은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한 사회의 의사결정과정을 보면 그 조직을 알 수 있다. 월드컵 주경기장문제를 풀어가는 ‘국민의 정부 의사결정과정’은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처음 경제논리로 출발한 문제가 시종 정치논리로 우왕좌왕하더니 슬그머니 ‘국민여론과 그때 가면 나라살림이 괜찮을 것’이라는 것으로 꼬리를 내렸다. 한마디로 구차하다. 국민여론이라는 것을 너무 ‘제논 물대기’식으로 해석하는 점이 없지 않다.
4월17일 총리주재 관계기관회의 참석자중 일부는 상암동신축비용 4천억원중 2천억원이 서울시가 사회간접자본비용으로 어차피 쓸 예산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고 놀랐다 한다. 이것은 바로 자세한 내막도 살펴보지 않고 너무 경제 정치적인 논리로 접근한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모두들 ‘대통령의 말씀’에 순응하는 데만 신경을 써 허둥지둥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결국 문민정권의 국제통화기금(IMF)사태도 바로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에서 파생된 것 아닌가.
〈김화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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