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이 답변서가 김전대통령의 단순한 해명 차원을 넘어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전대통령측은 물론 ‘과잉반응’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여권은 우선 감사원에 제출한 1차답변서와 최근 검찰에 제출한 2차답변서의 내용이 판이한 것은 작성자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1차의 경우 김용태(金瑢泰)전청와대비서실장, 2차의 경우 김광일(金光一)전청와대비서실장이 작성했다고 보고있다. 또 2차답변서 작성 과정에서 사법처리를 눈앞에 둔 김인호(金仁浩)전경제수석이 조언, 책임회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여기에 임창열(林昌烈)전경제부총리에 대한 김전대통령의 분노와 서운한 감정까지 개입돼 그를 환란책임자로 지목함으로써 환란책임에 대한 본말(本末)을 전도시켰다는 것이 여권의 시각이다.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 김전수석 등의 검찰진술 내용과 답변서 내용이 다른 점도 여권을 자극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다른 참고인은 물론 강, 김씨까지도 검찰에서 ‘IMF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결정됐다’는 얘기를 임전부총리에게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돼 있다”며 “도대체 속을 모르겠다”고 불쾌해했다.
여권은 김전대통령이 임전부총리에 대해 “인간적 환멸과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다는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의원의 전언에 이어 답변서가 언론에 노출된 것은 김전대통령측의 오판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즉 ‘경제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김전대통령을 감싸주려는 현정권의 호의를 오히려 역이용했다는 것이다.
여권은 답변서의 배경에 김전대통령과 가까웠던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서울시장후보와 손학규(孫鶴圭)경기지사후보를 지원하려는 의도도 숨어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전대통령이 작성된 검찰답변서를 읽어보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김전대통령은 구체적 내용을 모른 채 정치적 의도를 가진 민주계나 몇몇 측근에 의해 작성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