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7시에 KBS1 MBC SBS 등 공중파방송3사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시작된 이날 대화는 1월18일의 첫 TV대화 때보다 훨씬 긴장된 분위기에서 이어졌다.
특히 암담한 현실로 다가온 실업문제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진행되는 동안은 김대통령과 패널, 방청객 모두 굳은 얼굴을 펴지 못했다.
또 “인사정책이 지역적으로 너무 편중됐다” “재벌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채 서민들에게만 고통이 전가되고 있다”는 등 출범한 지 두달 반밖에 되지 않은 새 정부에 대한 불만과 비판도 터져나왔다.
김대통령은 대화 내내 인사편중 국정혼선문제 등 국정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해명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진행자인 차인태(車仁泰)전제주MBC사장과 김은주(金銀珠)아나운서는 가급적 분위기를 밝게 하려는 코멘트를 많이 던졌다.
이날 질문은 진행본부에 접수된 2천40건의 질문과 전국 41개 직능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방송3사 보도본부장, 방송학회 회원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 최종 선정했다.
○…이날 7백여명의 방청객들은 오후4시반경 서울 여의도 MBC사옥 면회실에 모여 MBC구내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검색대를 통과, 행사장인 D스튜디오에 입장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이들은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전화 팩스 등을 통해 행사진행본부에 방청을 신청한 1천여명 중 선착순으로 선정된 사람들. 질문기회를 얻을 확률은 높지 않았으나 상당수가 메모지에 깨알같이 질문할 내용을 적어오는 등 진지한 분위기였다.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9일 오후6시반부터 두시간반동안 청와대 관저에서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과 각 수석비서관 및 준비위원인 국민회의 김한길 신기남(辛基南) 정동영(鄭東泳) 정동채(鄭東采)의원 등과 예행연습을 가졌다.
이번 행사를 위해 8일 오후부터 공식행사나 외부인사와의 접촉을 일절 피한 김대통령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에서 작성한 기초자료를 토대로 ‘국민과의 대화’ 준비에 몰두했다.
김대통령은 대화자료를 최종적으로 A4용지 40여장 분량으로 축약한 뒤 시험공부하듯이 이를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여백에 자신의 의견을 꼼꼼히 적어넣고 용어나 말투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직접 수정했다. 특히 자유질문에 대한 답변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당초 돌발적인 사태나 진행상의 어려움 때문에 주관방송사인 MBC나 측근들이 자유질문도 사전에 내용을 조율하고 질문자도 지정해 놓을 것을 건의했으나 김대통령은 “자유질문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무엇이든 자유롭게 물을 수 있도록 전혀 개의치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
〈임채청·이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