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국민과의 대화」/닫는 말]

  • 입력 1998년 5월 10일 19시 48분


▼ 닫는 말 ▼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억울하고 원통하다. 그 답은 분명하다. 우리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병행해 추구했다면 오랫동안 우리 경제를 병들게 한 관치금융과 정경유착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위기는 닥쳐오지 않았을 것이다.

은행은 권력에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고 기업도 스스로의 힘으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빚이 쌓이고 이자까지 늘어나는 외채를 들여오는데 급급하지 않고 진작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오늘과 같이 빚더미에 올라앉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저는 일찍이 70년대부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이 중요하다고 역설해왔다. 과거에는 누구도 제 말을 믿지 않았으나 이제 많은 사람들이 제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세계인들은 한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 아래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수십년간의 관행에서 벗어나 총체적인 개혁을 이뤄야 한다.

첫째, ‘국민의 정부’의 주인은 국민이다. 특정 집단이나 세력이 개혁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개혁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둘째, 기업하는 쪽에서는 전면적인 세계시장의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셋째,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기업이 살아나고 외자도 들어오며 그래야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보장된다.

넷째, 올해의 총체적 개혁을 거치고 난 뒤 우리는 IMF를 졸업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다섯째, 저는 결코 어느 한쪽에만 고통을 더 많이 부담해 달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통을 이겨낸 뒤의 열매도 고르게 돌아가도록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고난을 끝내겠다는 우리 모두의 결심과 행동 없이 희망은 열리지 않는다. 고통을 나눠 지고 과감한 개혁을 하는 일에 정부가 앞장서겠다. 개혁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기업도 정부 못지 않게 큰 책임이 있음을 자각해 달라. 그래야 노동자들에게 고통동참을 요구할 수 있다. 노동자와 기업 정부가 서로 믿고 의지하며 고통을 나눌 때 우리에게는 비로소 희망이 열린다. 고통을 나누는 만큼 우리는 함께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다.

1998년 대한민국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용기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를 악물고 고통과 맞설 때 우리 조국의 내일과 우리의 아이들을 지켜낼 것이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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