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후보공천과 각급 선거대책본부발족을 거의 마무리, 필승을 향한 출정준비를 끝냈다.
지방선거의 본래 의미는 ‘주민자치’를 구현하기 위해 지방자치일꾼을 선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 역시 필연적으로 중앙정치의 대결장인 ‘정치선거’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대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현 시점은 새로운 정권담당세력의 강력한 개혁추진이 기득권세력의 저항과 맞부딪치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권력이동과정에서 빚어지는 신정권과 구정권간의 갈등과 힘겨루기가 극명하게 표출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6·4’선거의 본질적인 의미가 변질될 수밖에 없는 근본요인이 여기에 있다. 이번 선거가 현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것이라는 때이른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6·4’선거에 잠재돼 있는 또 다른 정치적 폭발력은 정계개편과의 함수관계에서 비롯된다. 선거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들은 첨예한 선거쟁점들을 이미 양산해 놓은 상태다. 신정부출범 후 두달여 동안 혼란스럽게 대두됐던 수많은 논쟁들이 선거전에서 집약돼 나타날 것이다. 최대쟁점은 ‘환란(換亂)책임론’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는 미증유의 국가부도위기를 초래한 책임의 소재가 어디 있는지를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구정권의 실정은 물론 신정부의 IMF극복대책, 그 중에서도 실업대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설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신 구정권의 ‘IMF공과(功過)’가 동시에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정계개편에 대한 야권의 공세와 여권의 방어도 선거전을 뜨겁게 달굴 쟁점이다. 선거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의 방향과 규모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신정부출범 후 단행한 전반적인 인사정책에 대한 평가도 이뤄질 것이다. 야당은 특정지역 편중인사와 ‘나눠먹기’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여권은 50년간 왜곡돼온 인사에 대한 ‘정상화’라는 반박논리를 펴고 있다.
한동안 떠들썩했던 ‘북풍공작’과 그에 대한 수사도 여야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공동정권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불협화음은 쟁점의 차원을 넘어 주요변수로도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쟁점들은 또 지역에 따라 다소 다른 비중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영남권에서는 ‘편중인사’나 실업대책 등 현정권의 실책에 초점이 맞춰지는 반면 호남권 충청권에서는 구정권에 대한 집중성토가 주요흐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수도권에서는 모든 쟁점들이 복합적으로 제기돼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지역차원에서는 교통 환경 실업대책 등의 현안과 ‘지역발전론’에 대한 논란들이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기자〉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