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국정스타일 달라지나?…내각에 이례적 질타

  • 입력 1998년 5월 14일 19시 27분


여권 관계자들은 요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였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김대통령이 10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전하려 한 메시지도 “나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도 13일 고려대 정책대학원 주최 특강에서 이 말을 대목마다 인용하면서 여러 사례를 들며 김대통령이 ‘정말 간단치 않은 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실장의 외부특강은 취임후 처음. 그는 작심하고 나온 듯 1시간반 동안의 특강 대부분을 김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설명에 할애했다. “김대통령을 순하게만 보면 우를 범할 것이다. 김대통령은 온유하고 자상하지만 결단할 때는 무섭게 결단하는 분이다”는 취지였다.

김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김실장의 이같은 발언은 김대통령이 국정운영 스타일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분명히 확인해 주는 것이다. 이는 결국 김대통령이 앞으로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실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많은데 비해 민주주의를 강조하기 때문인지 결단력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앞으로 이같은 조사결과를 국정수행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요즘 총리께서는 열심히 하는데 장관들은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내각을 질타한 것도 예전과 다른 모습 중 하나다.

특히 노동계의 총파업 시위에 대해 언급하면서 “관계장관들은 대화에 적극 나서 무리한 일을 자제하도록 설득해주기 바란다”며 “‘예스’와 ‘노’를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통령은 또 “일부 국민 사이에서 대통령 혼자서 일한다는 좋지 않은 평이 나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각의 조직적인 뒷받침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 셈이다. 김대통령은 향후 내각에 대한 장악력도 보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정계개편과 관련한 김대통령의 발언. 김대통령은 최근 주저없이 정계개편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인사위원회 설치 및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의 통합 등 ‘미완의 개혁’에 대한 재추진 의지도 밝히고 있다.

김대통령의 측근들은 “그동안 김대통령은 명분이 축적될 때까지 참고 있었을 뿐”이라며 이같은 움직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김대통령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줄 시점이 ‘6·4’지방선거 후가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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