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현두/민선 단체장의 고뇌

  • 입력 1998년 5월 21일 19시 26분


“국가 돈으로 봉급을 주는 거지 당신 돈으로 주는 거냐.”

현재 재선을 위해 뛰고 있는 지방의 한 군수는 지난해말 자신의 집 앞에서한 공무원에게 멱살을 잡힌채 들은이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가 이러한 봉변을 당하게 된 것은 그동안 관례처럼 돼 온 정년연장 신청을 받아 들이지 않았기 때문.

3년전 선거를 통해 선출된 그가 단체장 업무를 시작하며 처음 부닥친 장벽은 어려운 지방살림에 비해 너무 비대해진 조직과 업무중복 등의 비효율성.

외부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2주일간 조직진단을 해 본 결과도 그의 이같은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진단 결과에 따라 조직의 군살을 빼려던 그의 계획은 공무원들의 신분을 보장한 법규와 해당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로 끝내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궁리끝에 그가 생각해낸 방법은 정년연장 신청을 거부해 자연감소되는 공무원 수를 늘리고 이렇게 생긴 빈 자리에 대해서는 더이상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 것.

봉변을 당해가면서도 이같은 고육책을 통해 그가 지난 3년간 줄인 공무원 수는 고작 10여명.

그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 결과물을 얻기 위해 그동안 공무원들의 원성과 각종 음해성 협박에 시달려야만 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 놓았다. 그는 또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들의 입김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얽어매고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재선을 위해 소속 정당의 공천을 다시 받아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공천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들 정치인들의 요구 자체가 커다란 압력이라는 것.

그는 “정치인들과 연줄이 닿아 있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솔직히 전보인사 한번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현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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