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부산시장 후보초청 TV토론회. 무소속 김기재(金杞載)후보가 한나라당 안상영(安相英)후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안후보는 초중고를 모두 부산에서 나온 인물. 그러나 호적상 출신지는 ‘전남 광양’이다. 얼마전 그는 방송대담프로에서 “어머니가 부산에서 나를 잉태한 뒤 해산달에 선산(광양)에 가서 낳았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문제가 더욱 커지자 그는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출생했다”고 말했다. 안후보는 대신 김후보에 대해 “DJP연합의 지원을 받는 위장 무소속 후보”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강원지사 선거도 마찬가지. 자민련의 한호선(韓灝鮮)후보는 서울 출생이지만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강원도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경우. 상대방 후보들이 유세 때마다 “강원은 중앙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식민지가 아니다. 강원도민의 자존심을 찾자”고 부추겨 시달리고 있다.
무소속의 송철호(宋哲鎬)울산시장후보는 중학교를 전북에서 나온 사실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도 출신이 아니라 ‘낙하산후보’라는 비방을 당하는 국민회의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후보는 “사위도 능력 있으면 아들보다 낫다”며 ‘데릴사위론’으로 맞서고 있다.
심지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신시가지 사람’ ‘구시가지 사람’이라고 서로 비방하고 나서는 상황. 기존의 영호남 지역감정을 넘어 전국 각지가 새로운 지역감정의 회오리에 휩싸인 느낌이다. 빗나간 애향심을 자극하는 ‘출생지 논쟁’은 세계화시대의 국민 수준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닐까.
〈6·4선거특별취재반〓전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