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충청 기초長 「與-與갈등」 위험수위

  • 입력 1998년 5월 22일 19시 11분


충청지역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여여(與與)대결’이 점차 한계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양당은 기초단체장 선거를 둘러싸고 상호 격렬한 비난전과 육담을 교환하며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양당간 공조가 비교적 순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는 셈이다.

12일 자민련 오용운(吳龍雲)의원은 이원종(李元鐘)충북도지사후보 추대대회에서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대선 출마를 포기해가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는데 돌아온 것은 없고 자민련 텃밭인 충북도 내 9곳에서 국민회의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내는 배은망덕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국민회의 충북도지부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용희(李龍熙)충북도지부장은 18일 “항간에 어느 당이 진짜 여당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자민련이 내세운 충북지사 후보는 대선 때 김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방했던 인물”이라며 “충북지사선거에서 자민련을 도울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자민련 김현수(金顯秀)청주시장후보도 이날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국민회의 청주시장 후보로 출마한 나기정(羅基正)후보에 대해 “돼먹지 않은 ××들” “돼먹지 못한 나기정××” 등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대전지역도 만만치 않다. 자민련 이원범(李元範·대전서갑)대전시지부장은 16일 95년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국민회의후보로 당선된 송석찬(宋錫贊)유성구청장을 겨냥, “백화점에 자동판매기를 설치한 꼴이다. 어떻게 대전에서 국민회의후보가 당선될 수 있느냐. 이번에는 싹쓸이하자”며 국민회의측에 대해 노골적인 ‘견제구’를 던졌다.

자민련측은 당 공천에서 탈락한 박병호(朴炳浩)동구청장 전성환(全聖煥)중구청장 등 현직 구청장 2명이 모두 국민회의로 당적을 바꿔 구청장선거에 출마한데 대해서도 “기본 도의에도 어긋나는 행위”라며 불쾌해하고 있다.

이같은 도지부 차원의 ‘아이 싸움’은 자칫 중앙당 차원의 ‘어른 싸움’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자민련 김용환(金龍煥)부총재는 22일 충청지역 지원유세에서 “충청도 강원도 등 적어도 자민련의 지지기반에서는 국민회의가 양보하는 것이 정치의 순리이자 인간의 도리”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수도권 외 지역의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은 양당 위원장 자율조정이 원칙”이라며 “자민련이 우리를 원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전·청주〓이호갑·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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