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중앙당 후원회 모금액 5億그쳐 『허탈』

  • 입력 1998년 5월 22일 19시 20분


자민련은 요즘 “여당에도 급(級)이 있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계기는 18일 열린 중앙당 후원회. 현장 접수액과 사전 약정액을 합한 전체 모금액이 5억원에 불과했다. 야당 시절에도 후원회를 하면 최소한 2억∼3억원씩은 걷혔었다. 대부분 김종필(金鍾泌)당시 총재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한푼 두푼 모은 돈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여당이 되어 처음 갖는 후원회여서 목표액을 30억원으로 높여잡았다. 국무총리에 장관 6명을 배출한 만큼 그동안 모른 체했던 기업들도 성의를 보이지않겠느냐는 기대가 깔렸다. 당직자들은 후원회 당일까지도 “30대 기업이 각각 법정상한선인 2억원씩만 내도 60억원이니 목표액 달성은 무난하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더 걷혀도 그 정도만 발표해야겠다”며 짐짓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막상 모금함을 열고 난 뒤 당직자들은 모두 말을 못했다. 모금결과를 물어도 그저 쉬쉬하기만 했다.

자민련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원인은 두가지. 첫째는 공동 여당의 파트너인 국민회의에 돈이 쏠리는 바람에 자민련이 엉뚱한 피해를 봤다는 것. 한 당직자는 “국민회의가 우리보다 10여일 앞서 후원회를 열어 찜찜한 돈을 되돌려주고도 1백50억원(국민회의 발표는 80억원)을 모았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자민련 당직자들이 적극적으로 뛰지 않고 앉아서 가져다주기만 바랐다는 것. 특히 지도부가 김종필명예총재 인맥과 박태준(朴泰俊)총재 인맥으로 나뉘어 있어 저마다 상대쪽에 책임을 미룬 채 손을 놓았다는 분석. 한 사무처 직원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수백억원대의 재산가 의원들은 도대체 얼마나 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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