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금주들어 이틀사이 12.4%(44포인트)나 폭락, 종합주가지수 300선 방어마저 위태로워졌다. 증시 붕괴는 기업도산 증가, 금융부실 심화, 구조조정 지연, 개인파산 확산, 외국인 투자 이탈 등을 한꺼번에 불러 끝내는 경제위기를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올들어 22일까지 부도난 건설업체가 작년 1년간에 맞먹는 1천3백개에 육박한 가운데 부실 대기업의 정리가 눈앞에 닥치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약세화가 급속하게 진전, 우리 수출의 가격경쟁력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고 있다. 엔화 환율의 급등에 자극받아 중국 위안화마저 평가절하(환율상승)하는 날이면 우리 경제는 벼랑끝에 설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사태도 여전히 ‘진행형’이어서 우리 기업 및 금융기관의 손실을 얼마만큼 줄일 수 있을지 안개 속이다.
이처럼 나라 안팎의 악재가 한꺼번에 덮친 가운데 노동계는 강경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27일에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해놓았다. 또 노사관계 및 산업 전반에 대한 파급력이 매우 큰 울산의 현대자동차와 현대정공도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같은 사실은 세계 언론 등을 통해 거의 시차없이 해외 곳곳에 알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원 가족들이 ‘정리해고 결사반대’를 외치는 모습도 세계인의 안방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본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직은 한국에 투자할 때가 아니다”고 서로 다짐하고 있다. 국가신인도 상승을 통한 경제회생 전략이 원천봉쇄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거나 확산되면 작년말 국제통화기금(IMF)과 우방국들의 지원으로 간신히 넘겼던 국가부도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실제로 증시 붕괴상황은 노사관계 불안 등으로 제2의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LG경제연구원의 김주형(金柱亨)상무는 “한국경제 몰락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현재로서는 노동계”라며 “총파업을 자제하는 것만이 한국경제의 파국을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27일 예정대로 총파업이 단행될 경우 금주중에 종합주가지수 300선마저 무너지면서 주식시장이 전면마비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본다.
특히 증시폭락이 외국인주식투자한도 전면폐지에도 불구하고 나타났다는 점 때문에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엄봉성(嚴峰成)부원장은 “현상황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IMF 체제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며 “위기의 재현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을 슬기롭게 넘길 수 있는 사회 각부분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고 확충과 구조조정 가속화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노사정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